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역할

등록일 : 2006-12-2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47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 없음
 2006. 12. 21 - 중부일보 기고문 -


며칠 전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요덕스토리’라는 뮤지컬을 관람했다. ‘요덕스토리’는 북한에 실제로 존재하는 관리소(정치범 수용소)를 다룬 뮤지컬이어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가슴 아파했다. 뮤지컬을 그냥 즐기고 끝낼 수 없었던 이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민족의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언론에서도 문제시되는 중국의 북한 잠식은 다시 생각할 여지가 있다. 중국이 아무 말 없이 북한을 퍼주고 소비재와 에너지, 기간산업을 통틀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히 우려하면서 여전히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사업, 인도적 대북 지원을 퍼주기와 살인정권 유지라며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의 경제제재 결의안이 통과돼 북한정권에 대한 압박이 구체화되고 있다. 과거의 제재조치에 구애받지 않았던 중국도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정권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다. 북 핵실험이 가져올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국면이다. 선박검문 충돌이 군사충돌로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고 북한정권이 빼어든 북 핵카드의 불똥이 어느 곳으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대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확고하고 분명한 자세 표명이며 만전의 대비책이다. 북한이 핵카드를 꺼내들면서 그 대상은 미국과 일본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한국이 안전지대인가? 아니다. 핵폭탄은 그 성능상 수십만, 수백만 명을 살상하는 가공할 대량살상무기이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남북이 합의하여 준수하여 왔고 미군의 전술핵도 철수시켰던 것이 아닌가. 그 약속을 북한은 일방적으로 깼고 이제 어떤 약속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또 북한이 현실적으로 남북한 합의를 무시하고 미국의 압박을 구실로 핵무장을 선택한 이상,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포용정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추가 핵실험이 충분히 예상되는 지금 시점에서 포용정책만을 지속시키겠다거나 금강산관광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일반 국민정서에 어긋난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나와야 한다. 유엔제재가 강화되면 개성공단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 개성공단사업은 사실 북한의 필요도 있지만 한국 중소기업의 활로로써 더 필요하다. 한계에 부딪친 중소기업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나가서 돌파구를 찾는 것보다 북한의 개성공단에서 길을 찾는 것이 한국의 중소기업엔 절실한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사업과정에서 임금지불이 개개의 노동자에게 지불되지 않고 당국에 일괄지급 된다든지 하는 방식은 핵개발자금으로 전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실무적 협의를 통해 유엔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어느 방안을 모색하든 한반도와 7천만 겨레의 운명은 매우 험난한 항로에 접어들었다. 이 격랑의 파고가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생겨난 것인가. 그 책임과 피해에 대한 심판도 역사는 분명히 묻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근현대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외부적 변수보다 우리 내부의 힘과 역량이다.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검은 것을 희다하고 흰 것을 검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친북반미의 이분적 사고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보다 다양한 사고와 국제변화에 민감한 사항별 대처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긴장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도층이 긴장 강화를 선동해서도 안 되지만, 또한 파탄이 드러난 포용정책을 그대로 지속하겠다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개혁조치를 점검하고 홍보하며 지속적 성장을 추진하면서 우리 자체의 국력을 키워야 한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태도는 당파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초당적인 민족생존의 대의이며 평화적 통일에 대한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