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대상 수상 - 새로운 의정활동의 계기 - 중부일보

등록일 : 2004-02-1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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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말 뜻밖의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중부일보가 제정한 ‘제1회 율곡대상’의 광역정치(광역의원)부문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재선과 삼선이 수두룩한 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 광역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의정활동 경력이 불과 6개월 밖에 안된 초선 의원으로서는 너무도 큰 영예였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한 사람에게 전해지는 栗谷 李珥 선생의 무게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16세기 후반기 조선 사회의 공물, 군역, 관리들의 부정이라는 엄청난 사회의 惡을 바꾸어 보고자 했던 개혁가이자, 파주鄕約의 서문(序文)을 짓고 서원鄕約, 해주鄕約 등을 만들었듯이 지방의 건강을 국가의 근간으로 본 위대한 정치가를 계승하라는 ‘율곡대상’의 제정취지가 주는 중압감은 감당하기 어려운 가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율곡대상’의 의미를 잘 살려나가는 큰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율곡대상’ 수상이 광역의원으로의 도전에 새로운 희망을 일깨워 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확신한다.

‘율곡대상’ 공모 신청 당시 개인적으로 혹독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우선 청년단체 활동과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면서 생각했던 광역의회에 대한 기대와 실제 도의원이 되어서 부딪히는 광역의회의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보좌진 하나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다해야 하는 의원 생활의 고달픔은 제쳐두고라도 정책적인 문제제기가 소리 없는 메아리로 돌아올 때의 허탈감은 좀처럼 헤쳐나가기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다.

특히 집행부의 정책실패와 방향수정을 진지하게 이야기했을 때 진솔한 논의나 자신의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제시보다는 ‘나이 어린 친구가…’라는 엉뚱한 뒷이야기를 들을 때는 굳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무기력함마저 들게 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면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당면과제였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도의원의 신분은 부자이거나 부자 아버지를 둔 사람이 아니고서는 버텨내기 어려운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생활비 부족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밥값 좀 내라’는 식의 요구를 받을 때는 그야말로 가슴에 달고 있는 도의원 배지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이런 너무도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이 6개월 된 가난한 젊은 초선의원을 괴롭히고 있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이럴 바에야 도의원을 그만두자’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풀이하곤 했었다.

이런 식의 힘겨운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을 때 ‘율곡대상’ 공모 신청은 개인적으로 정말 죽기살기로 한 도의원 생활 6개월을 마감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고자 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율곡대상’ 수상자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율곡대상’ 수상의 가장 큰 의미는 잠 못 이루며 고민하는 남편을 옆에서 걱정만 하던 아내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점이다. 남편이 가끔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때 ‘참을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용기를 아내가 가졌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율곡대상’을 수상한 나 스스로가 다시 한번 고군분투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율곡대상’ 수상이후 더 이상 ‘나이 어린 친구가…’라는 뒷 이야기가 없어졌고 문제제기를 개인적인 부분이 아닌 경기도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논의의 계기로 진지하게 받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도의원 생활에 점점 보람을 느껴간다. 아직도 가슴에 꽃을 달고 단상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은 스스로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토론회장이나 상임위 책상에 앉아서 경기도의 각종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에 점점 흥미를 느껴가고 있다.

벌써 ‘율곡대상’을 수상한 지 1년이 되었다. 그리고 ‘제2회 율곡대상’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한다. 이번 대상 수상자는 어떤 느낌을 가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대상 수상자는 정말 훌륭한 분이 되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