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16
더불어 사는 온화한 사회를 - 인천일보
가을을 흔히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늘은 드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을 뜻함이 아니던가!
40년만의 최악의 흉작이 들고 추석때 몰아닥친 태풍 매미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 올가을 들녘을 보는 나의 눈에는 뭔지 모를 풍성함 보다는 서글픔과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지난 추석전에 태평2동 소재 ‘참소망의집’ 원장님으로 부터 받은 전화는 요즘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후원의 손길이 없어 힘이 든다는 내용이었다 .
참소망의 집에는 부모의 버림을 받은 27명의 뇌성마비 아이들이 원장님의 보살핌 아래 더불어 함께 살고 있다 .
걸을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어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아이도 있고 방바닥만 기어 다니는 아이도 있다 .
정이 그리워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그 영롱하고 순박한 눈동자는 사슴의 눈동자처럼 티없이 맑기만 하다. 자신을 버린 천륜을 끊은 부모를 원망하는 눈빛 이라곤 아량곳 없이 티없이 맑은 눈동자에 배어나는 웃음은 분명한 한송이 꽃이었다.
자신의 분신을 버릴 정도로 삶이 고통스러웠던지 그렇지 안고서는 세상을 등지지 않았다면 한번쯤은 맡긴 아이들을 찾아 보는게 당연한 도리가 아닐까? 참으로 한심스러움에 가슴이 메어 온다.
복정동 다사랑 복지 마을에는 최목사님이 자식들로 부터 버림을 받은 12분의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자식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길거리를 배회하다 당도한 곳이 다사랑 복지 마을 이라고 한다. 목사님 또한 소아마비 환자로서 자신의 거동도 부자연 함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항시 웃음을 잃지 않는 사모님을 뵈면 천사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TV뉴스에 부모를 버리는 현장을 목격 하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금광 2동 열린사랑의 집에는 미혼모가 버린 아이 6명을 기르는 임원장이 있다. 다섯 살 부터 여덟살 짜리 아이들 모두가 말을 못한다. 추석빔으로 나누어준 양말을 잡고 좋아라 함박웃음꽃을 피우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쓰라린 가슴의 통증과 그 안스러움에 눈물이 맺힌다. 잘못된 교육관이 빚은 우리 아이들의 문제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복지국가 건설이요, 삶의 질 개선이요 ,선진 조국 건설이라는 허울좋은 구호는 이들에게는 먼산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 소리일 것이다 .
비인가 시설을 운영하는 세곳의 원장님들은 어두운 사회의 등불이고 한알의 밀알이 되어 그나마 냉정하고 비정한 현실에 훈훈함과 따스함으로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가에서 할 일을 개인 스스로 하면서도 그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밝아 지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태우며 광명을 밝혀주는 한자루의 촛불처럼. 이 분들처럼 밝은 마음, 건강한 마음, 봉사하는 마음이 항상 우리곁에 있는 한 우리사회는 희망이 있다.
200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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