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신 의원>빈곤의 여성화와 대물림

등록일 : 2008-12-01 작성자 : 임영신 의원 조회수 :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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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1일 발행한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대졸 이상 고소득 미혼여성(일명 “알파족”)이 6년새 10배 이상 급증하고 있으며, 알파족이 주로 종사하는 직업수도 ’01년 7개에서 ’06년에는 36개로 5배 증가하였다고 밝힌바 있다.

알파족들이 주로 종사하고 있는 직업수(소분류 기준)도 ’01년에는 주방장 및 조리사, 경영관련 사무직, 의사, 디자인 관련직, 경영.회계 관련 전문직, 판매원, 의료장비 및 치과관련 기술직 등 7개에서 ’06년에는 36개로 증가하였다.

직업별(소분류)로 ’06년 기준 알파족 수를 보면 경영 관련 사무직이 3,757명(13.8%)으로 가장 많았고, 학원강사 2,919명(10.7%), 학교교사 2,318명(8.5%), 금융 및 보험관련 사무직 2,213명(8.1%) 등의 순으로 나타나 여성취업비율이 높은 교육관련 전문직 중심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업별 여성 취업자 중에서 알파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직업은 법률전문직이 2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컴퓨터 및 통신공학기술자(16%), 건설, 생산, 정보통신 관련 관리직(11.6%), 영화, 연극 및 방송관련 전문직(10.7%) 등이 뒤를 이었다.

알파족의 종사상지위별로 보면 ‘01년에는 임금근로자의 비율이 50.3%이던 것이 ’05년에 72%, ‘06년에는 82%로 급증하여 골드미스족이 숙박 및 음식업(직업은 주방장 및 조리사) 등의 비임금근로자(자영업)에서 교육서비스업, 금융업(직업은 경영관련 사무직, 학교교사) 등 전문직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알파 걸’이니 혹은 ‘골드 미스’니 하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이처럼 지표상으로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 것이 틀림없다.

알파 걸의 알파(α )는 그리스의 첫째 자모로서 모든 것의 처음을 의미하는 만큼 ‘첫째 가는 여성’을 가리킨다. 고학력에 사회적`경제적으로 앞서가는 엘리트 집단 여성들이다.

골드 미스 역시 알파 걸과 비슷한 의미인데 다만 연령층이 30대 이상 40대 미만의 미혼 여성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하겠다. 여하튼 이들 알파 걸과 골드 미스는 요즘 자주 화제에 오르내리는 세칭 ‘女風(여풍)’의 중심 세력이다.

사실상 최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한국 여성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바로 며칠 전의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에서도 여성 합격자는 10명 중 4명꼴(38.2%)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외무고시의 경우 1998년 16.7%에서 2008년에는 무려 67.7%로 급상승했다. 사법`외무`행정고시 분야에서는 매년 여성 합격률 기록을 갈아치우는 추세다. 일반직 공무원 시험에서도 여성합격률은 10년 전 23.4%에서 2007년에는 45.2%로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여풍 당당 행진곡’이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엘리트 여성층의 괄목할 만한 성장 외에도 전반적으로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과 참여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여성 고용률 경우 1970년 38.2%에서 2007년엔 절반에 육박하는 48.9%로 증가했다. 이쯤 되면 한국 여성의 삶은 꽤나 장밋빛으로 물들어가는 듯하다.   

그런데 여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8년 11월 2일 발표한 ‘지표를 통해 본 한국 여성 삶의 변화’보고서는 이런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게 한다. 여성 고용률 경우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 비해 무려 20년 이상이나 뒤처지는 수준이다. 게다가 놀라운 점은 여성들이 자기 삶의 질에 대해 스스로 ‘하층민’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남성의 56.7%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층’으로 여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것과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심화되고 있는 ‘빈곤의 여성화’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빈곤가구의 46%는 여성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家口主(가구주) 가구다. 이들 대다수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임시직, 일용직에 몰려 있고, 특히 고령`저학력 여성에 집중돼 있어 빈곤의 대물림이 우려된다. 성인 여성의 60%가 스스로를 하층민으로 여기는 사회, 쌀쌀해진 날씨가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