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정치인인가, 교육자인가

등록일 : 2016-04-19 작성자 : 교육 조회수 : 740

 

교육감은 정치인인가, 교육자인가

 

지미연 경기도의원

 

지난 연말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기도의 경우 어린이집은 2개월, 유치원은 4개월 치 예산만 각각 편성한 터라 잠복기를 거치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 누리과정 예산이라는 시한폭탄의 시침은 이 시각에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누리과정 문제를 정점으로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누리과정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을 놓고도 몽니를 부리고 있다. 교육자치의 훼손이라며 헌법적 가치까지 들먹이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상위법 위반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에서 편성할 수 없다던 자신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란 말인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에 비춰볼 때 이재정 교육감은 애초부터 누리과정은 안중에도 없었음이 명약관화하다. 교육부가 재원을 내려 보내도 받은 일이 없다 하고, 교육부가 추가적으로 지원한 3천억 원도 거절하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이쯤 되면 도민들도 “제발 좀 작작하라” 며 볼멘소리를 낼 법하다.혹여 이 교육감이 경기도 35만 영유아와 그 부모, 보육교사들을 위해 시행돼야 할 누리과정이 본인의 치적과는 무관하다는 판단 하에 중앙정부와 대통령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이라는 옹졸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20억 원짜리 교육감 전용 관사를 신축하고, 본인의 공약인 ‘꿈의 학교’ 사업을 위해 막대한 도민의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도 국민적 합의로 태동한 누리과정은 이런 저런 핑계로 할 수 없다는 이 교육감을 도민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지 자못 궁금하다.

이 교육감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입버릇처럼 부르짖으면서 왜 누리과정 해결에는 자주적인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인가. 공직자라면 누구나 새기고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왜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인가.어디 그 뿐인가. 이 교육감은 일선 교육현장을 돌아봐야 할 근무시간에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스스로 특정 이념에 경도돼 있음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다. 게다가 총선시기에 맞춰 사사건건 정부 흠집 내기에만 열중하는 것을 보노라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또한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교육자로서의 책무에 충실해야할 교육감이 왜 이리 변질돼 버린 것인가. 왜 ‘교육’을 방패삼아 ‘정치’ 논리만을 펴려고 하는 것인가.시곗바늘을 잠시 과거로 돌려보자. 초대 직선교육감이 탄생한 지난 2009년 이후부터 경기도의회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당시 화두는 무상급식이었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도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번갈아 점거했고, 초대 직선 교육감 임기 5년 내내 경기도정은 불안의 연속이었다.지금도 무상급식의 자리를 누리과정이 대신했을 뿐 전쟁은 진행형이다. 항상 논란의 중심에는 직선 교육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경기도는 준예산 사태를 맞았고, 31명의 시장·군수는 소속 정당별로 쪼개졌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제2기 직선 교육감 시대다.

장기 결석하던 11살 아이가 학대 끝에 탈출했고, 3년간 결석하던 또 다른 아이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러나 직선 교육감은 사과 한마디 없고, 교육감협의회는 아동학대 의제를 누리예산 뒤로 처박아버렸다. 끔찍한 아동학대사건 따윈 ‘직선 권력’의 관심 밖이었나 보다. 교육을 버리고 표만 쫓는 직선 교육감제의 현실 속에서 학교와 학생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직선 교육감제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치교육감’으로 인해 피폐해진 교육현장을 바로 세우는데 가장 효험 있는 처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