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5
송낙영 의원 칼럼
위기의 교육재정, 보육대란보다 더 무서운 교육대란
“이 아이는 조금 있으면 학교에 다닙니다. 초·중·고 교육비를 2조원이나 빼서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것이 과연 부모님들의 바램일까요?” 이는 누리과정 지원을 중앙정부가 책임져 달라고 주장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홍보문안이다. 교육예산이 얼마나 부족하면 전국의 교육감들이 함께 이렇게 광고를 하고 있을까?
경기도의 경우 2016년 누리과정비중 어린이집 무상보육료에 사용된 예산만도 5,459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 초·중·고 학생 1인당 돌아가야할 교육비를 66만원씩 떼어 모아야만 가능한 액수이다.
사실 누리과정 영유아보육비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나누어서 부담하였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5년부터 각 시·도교육청이 100% 부담하게 됨으로서 교육재정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가시책사업이었던 누리과정이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는 가운데 이를 떠안은 각 시·도교육청은 파산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누리과정 영유아보육비를 부담하기 위해 2015년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전체 학교기본운영비 5% 삭감, 기관운영비 20% 삭감, 기간제 교사 1,000여명 감축 등의 노력을 통해 8,900억원을 감액하여 겨우 1년 살림살이를 해왔다. 그리고도 부족한 재원은 지방교육채를 발행하며 한 해를 버텨왔다. 그 결과 경기도교육청을 위시한 각 시·도교육청들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누리과정이 도입된 2012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5년 기준 총 부채비율이 50.7%로 2012년 대비 7배나 급증하였으며, 전국 시·도교육청의 경우도 2012년 2조원대였던 지방채는 2015년 10조 7,164억원으로 5배나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무조건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떠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마치 예산을 다 준 것처럼 말하고 이번 사태에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관망하고 있다. 큰 문제다.
현재의 보육대란은 결국 그 피해가 당장 경기도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큰 불씨를 안고 있다.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지원이 계속해서 지방교육청의 몫으로 돌아가는 한, 현재 초·중·고 아이들에게 돌아갈 다양한 지원비는 없어지게 될 것이고, 인구 급증 지역의 경우에도 학교 신설은 커녕 낡은 교실도 고치기 어려워질 것이다. 교실 냉·난방도 못해 여름엔 찜통교실에서, 겨울엔 냉장고 교실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지난 2년간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문제로 벌어질 수 있는 보육대란을 막고자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으나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지방의 문제로 치부해 버렸다. 이렇게 중앙으로부터 외면당한 누리과정 사업이 이제는 전체 초·중·고의 학교운영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점차 우리가 걱정할 것은 보육대란이 아니라 교육대란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정부는 왜 누리과정을 도입하였는가? 국가책임의 보육정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 아니었는가? 그런데 정부는 점점 국가의 책임을 잊어가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받아쓰는 교육청에게 언니(학교)와 동생(어린이집)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이다.
누리과정 영유아 보육비 지원은 꼭 필요한 사업이다. 미래의 이 나라 국민을 키우는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 없이는 위기의 본질이 보육대란에서 교육대란으로 옮겨 붙을 것이다. 계속되는 교육재정의 위기는 교육의 근간을 흔들 것이고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학습권마저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조속히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절실히 요청하는 이유이다.
201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