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08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경계하며
장호철 | webmaster@kyeongin.com
지면보기 | 13면 2013.10.10 20:10:36
중국 송나라 정치가인 포청천은 청백리로 칭송되고 있다. 포청천은 중국 개봉지역의 판관을 맡아 자신부터 법과 원칙을 지키며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한 훌륭한 인물이다. 특히 용작두·개작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는 무서운 형벌로 묘사된다. 포청천이 작두를 대령하라고 할 때마다 탐관오리들이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서민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보도될 때마다 힘없는 서민들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에 늘 실망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회수와 관련해 국민 사이에서 회자됐던 별명이 '29만원'이었다. 당시 남은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버티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솜방망이 처리에 실망한 국민들은 이런 별명을 붙여서라도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려 했던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밝히지 못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현 정부는 즉각 회수했다. 앞으로 일부 기업인과 역대 대통령 및 고위 관료들의 비리도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종북세력도 철저하게 밝혀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대판 포청천의 역할과 경제활성화를 통해 대국민 화합을 이끌어내야 할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기초연금을 어르신 모두에 지급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박 대통령의 사과는 달리 표현하면 경제 활성화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잊지 않고 임기내 복지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천명한 것이다. 어느 역대정권에서 대선공약을 두고 사과한 적이 있던가À 공약을 잘 실천하고 있는 대통령인데도 사과한 것은 박 대통령의 실천 기준이 다른 정치인에 비해 높다는 방증이다.
그러면 사회지도층에 도덕불감증이 만연된 주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À 첫번째로 '빨리빨리'문화의 부정적 요인때문이다. 다른 선진국보다도 빠른 이동통신 서비스 발전을 보면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지만, 사회적 신분 상승 관점에서는 '나만 빨리 잘되면 된다'는 부정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번째는 '인성교육'의 부재다. 고위공직자들의 비리가 날로 증가한 것은 교육에 대한 '열의'는 있으나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한 결과다. 보릿고개를 넘으면서 자식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 덕에 자식들이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도덕적 해이를 가지게 된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그만큼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사회지도층의 비리에만 예외를 두는 '특혜' 풍토의 만연이다. 사회지도층 자신부터 국민의 4대 의무인 납세·국방·교육·근로의 의무만이라도 잘 준수한다면 서민이 느끼는 절망감은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 고액체납, 병역기피, 재단비리, 인사청탁은 학연, 지연 등에 따른 특혜풍토가 빚어낸 소산이기 때문이다.
사회지도층이라면 명예(noblesse)만큼 의무(oblige)를 다해야 국민에게 존경도 받고, 국민을 하나로 결속시킬 수 있는 법이다. 빌게이츠가 그동안 기부한 돈이 원화로 환산하면 3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기부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필자가 2008년도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내던 때, 전국 최초로 도 해외연수비 삭감을 통해 청소년 일자리 창출과 무한돌봄센터에 예산을 더한 적이 있었다. 지금 되돌아봐도 그것만큼은 잘한 일인 것 같다. 독자분 중에 흔쾌히 기부하는 분이 늘어난다면 그것으로 글쓴 보람이 있겠다. 이 나라의 주인은 도덕불감증에 걸린 사회지도층이 아니라, 나눔의 문화를 적극 실천하는 그대가 진정한 주인이므로….
/장호철 경기도의회 부의장
201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