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회복의 도정을 기대하며

등록일 : 2012-03-02 작성자 : 경제투자 조회수 : 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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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회복의 도정을 기대하며

작년 11월 24일, 그리고 12월 15일 법정에서 만세소리가 들렸다. 
1950년 남과 북의 민족비극 과정에서 고통을 받았던 고양시 금정굴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시절,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경기도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 사건 총 14건을 조사하였다.
이 중 10건은 고양, 남양주, 파주 등지에서 경찰을 중심으로 우익에 의하여 ‘부역혐의가 있거나 앞으로 부역을 할 것’이라는 이유로 집단적으로 희생된 사건이다. 또 다른 4건은 적대세력에 의하여 민간인들이 집단적으로 희생된 사건이다.
참으로 비극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가족이 희생된 아픔뿐만 아니라 6·25전쟁이 끝나고 반공이념이 강화되면서 빨갱이라는 이름딱지가 붙어 마을에서 쫓겨나고, 재산도 빼앗기고, 자식들은 연좌제로 묶여 취업도 못한 세월을 보냈다.

고양시 금정굴의 경우, 시신만 153구가 발구되었다. 서울대병원 법의학교실 창고에 16년간 보관되어 부식되고 있다가 서울대 측에서 더 이상 유해를 보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임시적으로 다른 곳에 이동되어 있는 상황이다.

2007년부터 진실화해위원회는 금정굴을 포함한 경기도 14곳의 조사를 통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영구적인 유해안치시설을 마련하며 인권교육 실행하라는 권고조치를 내렸다.

경기도의회는 1999년 자체적인 진상조사단을 꾸려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 권고조치에 앞서 집행부에 똑같은 사항을 건의하였고, 집행부도 이에 상응한 인권예산을 편성하고 기초단체를 이끌려고 하였다. 경기도의 인권역사에 길이 남을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이를 실행할 자치조례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 2월 회기에 발의되었던 이 조례에 대하여 집행부가 부동의 하고 나선 것이다. 의회의 태도도 모호하다. 저녁식사를 핑계로 30분 만에 심의를 보류하더니 3월에 이 안건을 올리지 않겠다는 의견이 통보되었다.

6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이념적 갈등의 뿌리가 크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을 잘못 건드리고 있다. 이 사건에는 이념이 아닌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념도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 바로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이념적 기준으로 국가패소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우익단체가 흔히 말하듯 진실화해위원회가 빨갱이 단체이기 때문에 ‘좌빨적’ 시각에서 권고조치를 내린 것이 아니다.

인권이 무너지면 국가의 근간이 무너진다. 또한 인권문제에 국가사무와 지방사무가 구분되지 않는다. 
집행부가 1999년 보여줬던 인권조치와 2012년 2월 부동의를 들고 나온 것은 정말 이중적 태도이며 모순이다.
 
김문수 지사를 1999년 당시 지사와 비교해 보면 이는 분명 인권 후퇴다. 15년 전으로 경기도 인권역사를 후퇴시킨 것과 같다.

경기도의회와 집행부는 금번 조례를 통하여 경기도에서 발생한 인권역사를 바로 잡고 적절한 인권조치를 취하면서 국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자 봐라! 경기도가 앞장서서 이렇게 하고 있으니 중앙정부도 당신도 과감히 예산을 내려라” 하고 말이다. 

인권을 바로잡는데 무엇이 어렵고 두렵단 말인가?
 

김영환 경기도의회 의원 / 2012. 3. 2.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