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8
경기도 자전거 정책은 ‘느림의 미학’이다?
경기도 자전거 정책은 ‘느림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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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자전거는 더운 여름날 큰 수박 한 통을 묶어 나를 수 있는 손쉬운 운송수단이었다. 또한 바쁜 출퇴근과 통학길에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우리의 일상과 함께한 생활의 필수품이었던 셈이다. 이후 훨씬 빨라진 일상의 시계와 자동차 위주의 도로정책으로 자전거는 우리 생활에서 점점 멀어졌고, 최근까지 소수 애호가의 운동용이나 일반 대중의 레저용으로 이용범위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자전거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탄소배출량 감소 추세와 맞물려 녹색교통정책의 총아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에너지소비가 세계 11위인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 또한 많다.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것은 화석연료를 일절 쓰지 않는 것이란 말과 같다. 저탄소 교통정책에서 자전거를 반드시 거론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화석연료가 불러오는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운 자전거에 대해 우리 정부도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전국 곳곳을 자전거 길로 연결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정부에서는 전국 및 광역네트워크 구축 및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연계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다. 자전거가 머지않아 우리나라 녹색교통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자전거 이용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물론 ‘자전거도로’다. 정부에서 의욕을 보이는 분야도 자전거 길을 내는 사업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배려와 안전을 포함하는 ‘자전거 문화’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 점은 많이 아쉽다. 자전거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일은 자전거 길을 내는 일의 몇 배, 또는 몇 십 배로 복잡하고 정교한 일련의 작업일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자전거타기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를 살펴보자. 도시 전체의 자전거도로만 400km이며 인구 72만의 도시를 달리는 자전거는 하루 60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중교통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고, 자전거보관대는 도난방지와 고장수리역할을 겸한다. 계단을 오를 때 자전거 전용레일을 이용할 수 있고, 자전거도로 이정표가 별도로 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자전거가 모든 교통수단보다 우선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암스테르담 시민이 시내에서 움직일 때 대부분 자전거로 이동한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60%를 넘는다.
이 경우에서 보듯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서 도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정비와 배려하는 도로문화이다. 문화는 오랜 시간의 노력과 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다. 도로건설 위주의 자전거 인프라 구축의 성급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일인 것이다. 자전거는 느림의 미학이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여유를 가지고 사람과 소통하며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고 느낀다.
경기도의 자전거 정책은 자전거 교실 운영 확충, 공공자전거시스템 도입, 도로안전체계 개선 등 자전거 문화개선 및 도로 구축사업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자전거 이용활성화 추진계획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 및 광역자전거네트워크, 4대강 살리기와 연계한 자전거 도로망 구축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자전거 도로구축을 그린웨이 시범사업으로 4개 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다. 향후 2020년까지 1조472억원을 투입하여 총 1천911km의 자전거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준비 중인 사업에 있어 포괄적인 시야와 세심한 관심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따라서 치밀하게 준비되고 있다 할 것이다.
경기도는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많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신도시의 계속적인 공급, 인구 및 연령대가 타 도시와 비교해 젊다는 경쟁력, 자연·역사·문화시설이 많다는 이점이 있다. 더불어 충분한 검토와 평가 후에 정책집행이 이뤄진다면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타기는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면 넘어지고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렇듯 경기도 자전거 정책수립도 도로, 환경, 안전 등의 충분한 검토 후 중심을 잡고 도민들과 함께 힘껏 페달을 밟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느림의 미학’ : 자전거 정책을 느리게, 천천히, 여유롭게, 한가하게 추진하면 성공의 길이 보이지만, 빨리, 서둘러, 정신없이, 앞만 보고 추진할 때는 실패의 길이 보인다는 뜻임.
김인종/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200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