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가 지난 16일 통과시킨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건의안은 내년 4월 예상비용 500억을 들여 치러야 하는 1년여 임기의 경기도교육감 직선제선거에 대한 것이다. 해당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본회의에 상정되고, 표결 결과 절대다수가 통과시킨 것으로 보아 건의안의 목표와 취지는 상당한 공감을 받은 것이며 지지와 격려의 전화도 많이 받게 되었다.
2006년 개정된 동법은 주민직선제로 뽑는 교육감 선거를 2010년 실시되는 전국지방동시선거와 통합하여 실시하도록 하고 그 전에 끝나는 교육감에 대해서는 잔여임기 1년을 기준으로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는데, 경과조치 및 임기·선출에 관한 부칙에 의하면 경기도 교육감은 2009년 5월 6일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1년 1개월 25일의 잔여임기가 남기 때문에 직선제 선거를 통해 교육감을 선출해야만 한다. 1년 미만일 경우는 법적 권한대행자인 부교육감이 교육감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어 결국 55일의 초과기간 때문에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과조치에 관한 부칙은 막상 각 시·도교육감선거를 치르면서 천문학적 선거관리비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투표율과 득표율, 경쟁자 없는 단독출마와 같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선거무용론 등 큰 논란이 일고 있다. 1년이 넘는 잔여임기를 두고 있는 시·도교육감선거는 어쩔 수 없이 “법대로” 선거 절차를 거쳐야 하겠으나 후보가 단 한 명뿐이어서 자동당선이 예정된 충남교육감선거의 경우 135억원이란 선거비용을 허공에 뿌려대면서 선거가 필요한가 하는 당연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선거의 경우는 단독후보 여부를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너무 짧은 임기로 인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고, 특히 선출된 교육감이 동시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할 경우 60일 전에 직무정지 되므로 실질적인 임기는 1년 미만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선거과정을 통해 어렵게 당선된 교육감이 1년 1개월 남짓 하고 그만두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2월 부산교육감 선거는 82억의 선거 비용을 투입하였으나 15.3%의 투표율에 당선자의 득표율은 5%로서 예산낭비 논란과 함께 진정한 교육자치의 대표성이 있는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또한 6월 25일 실시되는 충남교육감 선거는 단독후보자에 대해 투표하는 것으로서 혈세 낭비와 행정력 낭비에 대한 국민들의 원망이 높아져 있으나 현행법상 모든 투표절차를 거쳐 선거를 치른다고 한다. 사실상 1년 미만의 잔여임기가 될 수 있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막대한 교육부 특별교부금이 사용되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과 선거과정에 쏟아 부어야 할 추가적인 간접비용에 대한 우려, 그리고 새로 당선된 교육감은 자신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펴 보기도 전에 1년 뒤의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선거무용론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선거비용의 내용도 문제다. 예를 들면 금년도 63억의 준비비용 중에는 출마 후보가 없는데도 계도?홍보에 15억,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명목으로만 47억5천만원을 쓴다는 것이고 그 내역을 살펴보면 단속요원들에 대한 일용임금, 유류대, 식대, 수당, 사례금, 휴대폰 사용료, 출장여비, 특식비, 간담회비, 활동비, 격려금 등으로 되어 있고 분명한 목적과 용도를 알 수 없는 대책비 등 아리송한 항목들도 있어 꼭 필요한 곳에 혈세가 적정하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선거를 치르게 된다 하더라도 알뜰하게 절감할 부분은 정말로 없는 것인가? 500억의 예산은 20년 이상 된 100개 학교의 구식 화장실을 쾌적한 현대식으로 바꾸는 데 드는 돈이며 장애아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500개 학교에 설치할 수 있고 10만명 이상 차상위 계층 빈곤 아동들에게 1년간 급식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이다.
동시지방선거를 위해 1년 미만인 경우 대행체제를 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법의 교육자치에 관한 정신과 취지는 불과 55일의 초과기간 때문에 크게 훼손된다고 보지 않는다. 법 개정당시의 국회의원들은 경과조치에 관한 부칙조항 때문에 이렇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지와 낮은 투표율, 단독출마, 60일 전 직무정지와 같은 경우의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말도 들린다. 아무쪼록 국회에서 좋은 방안이 강구되기를 바라며 혹 법 개정이 안 되어 선거를 해야만 하더라도 알뜰히 절감할 수 있는 다만 얼마의 돈이라도 가난한 학교 현장이나 교원복지 등에 돌려쓸 수 있다면 다행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