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등록일 : 2008-03-1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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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11(화)  - 기호일보 기고문 -

 ‘범사에 감사하라.’

어릴 때 주일학교에서 처음 배운 성경구절입니다. 한자어인 범사(凡事)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지만 오늘날까지 그때의 배움으로 살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천지사방에 감사할 일이 가득합니다. 이 고마움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요? 광교산 오르는 길,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도 발에 걸리는 돌부리에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그저 노력할 뿐 다 갚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인 듯싶습니다.

금번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준비하면서 함께 해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깨끗하고 멋진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의 꿈과 의지를 보여드릴 뿐 다른 어떤 반대급부도 드릴 수 없는데도 그 꿈과 의지의 실현을 위해 열정으로 부딪혀 주시는 분들이십니다.

돈으로 표를 샀었다는 과거의 선거를 생각하면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끼일 수 있나 봅니다. 마주잡은 두 손을 통해 제 심장이라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하루에도 “고맙습니다.” 인사를 수 백 번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얼마 전 대중교통과 관련해서 제 선거구 주민들의 작은 민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주무 관청,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이해관계인과 의논을 했습니다. 합리적으로 노력하는 주민들과 모두들 열린 마음이어서 다행히 협의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추진한 일이 잘 되어서 제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인데, 주민들께서 오히려 제게 감사패를 주신답니다. “할 일을 했습니다”라고 몇 번을 고사했지만 굳이 고마움을 담아 주셔야 한답니다. 참으로 송구한 일입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안톤 슈낙(Anton Schnack)의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생각납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슬픔의 편린, 삶의 허무감에서 빚어지는 우수가 마치 한 편의 서정시와 같아서 꽉 찬 20대까지 암송했었는데 존경하는 선생님께 조금은 누가 되겠지만 흉내 한 번 내보렵니다.

‘우리를 느껍게 하는 것들.’

‘시장통 백발이 성성한 좌판 할머니의 맑은 눈은 우리를 느껍게 한다.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 속에 최선을 다한 경주에 지고도 승리한 상대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사람의 두터운 손길은 우리를 느껍게 한다. 게다가 아무 말 없이 팔을 벌려 끌어안을 때. 바다를 메운 기름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물결이 넘쳐날 때. 평생에 번 재산을 모교 장학금으로 기탁하신 구부정한 대선배님을 입학식에서 뵈올 때. 가난한 친구가 선거사무실을 찾아와서는 하루 종일 전화를 하고 남기고 간 메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친구야, 미안하다.” 교실을 온통 뒤집으며 이소룡 흉내를 내다가 다친 상처도 이미 없는데 이 녀석은 여태 가슴에 남았었나 보다. 노인정에 드릴 반찬을 만드는 부녀회원들을 볼 때. 노란 병아리처럼 해맑은 얼굴로 등교하는 아이들을 볼 때. 우리를 느껍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 것뿐이랴? 헌혈차에 팔을 맡긴 아저씨. 학교 앞에 녹색 어머니들. 산행길의 산불조심 리본. 삐뽀삐뽀 소방차의 행렬. 공원에서 벌어지는 모노드라마. 3월에 핀 광교산 눈꽃.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느껍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