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3
국민의 농촌진흥청으로 다시 태어나야
2008. 3. 4(화) - 중부일보 기고문 -
농업계에 있어 새해 벽두의 화두는 단연 농촌진흥청 존폐 문제다.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면서 일부 부처의 통폐합과 농촌진흥청의 폐지 및 출연연구기관화를 공식 발표했다. 그 이후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를 포함한 농업인과 정계, 학계에서 농촌진흥청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서 발표와 거리 시위가 이어졌고 찬성 측과 반대 측 사이의 논란이 두 달여 계속되었다. 결국 농촌진흥청의 폐지 문제를 18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여야 합의하였다. 이 합의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2월 29일자로 폐지되었다.
농촌진흥청이 당장 폐지되지 않는다는 결정에 농촌진흥청 직원들을 포함한 많은 농업인들이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전 국회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합의일 뿐 4월 총선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농촌진흥청의 존폐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부처가 생기기도 하고 기존의 조직들이 통폐합되기도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고 보면 농촌진흥청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으면서 출범한 새 정부가 국정상황을 분석하고 내린 일련의 결정들에 대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바 농촌진흥청에 대한 결정에 많은 농업인들이 그렇게 결사적으로 반대하였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그 열기에 놀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엇갈린 평가 속에서 우리 농업인과 농촌진흥청의 관계 공무원들이 반드시 직시하여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농촌진흥청이 일을 잘하고 있는데도 폐지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농업인과 그 외 많은 사람들이 농촌진흥청 폐지 반대에 목소리를 함께 한 것이 과연 농촌진흥청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다수 국민의 지지 속에 탄생한 정부가 국민의 의지를 헤아려 농촌진흥청 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보이고, 실제 정부조직 축소 방향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농업인들의 뜨거운 반대를 불러일으킨 농촌진흥청에 대해서만큼은 판단을 잘못한 것일까?
1970년대 농촌진흥청은 우리 국민을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1등 주역이다. 또한 오늘날의 현대적 농업 기반을 만들었고, 장차 세계열강에 뒤지지 않으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농업을 이끌어가야 할, 반드시 있어야 할 조직이다. 그러나 현재 농촌진흥청의 위치와 역할이 이같은 시대적 요청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농촌진흥청이 가야 할 길은 너무도 자명하다. 농촌진흥청의 폐지를 제안한 대통령직 인수위의 주장과 농촌진흥청의 존치를 주장한 농업계의 바람을 종합한다면 농촌진흥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또렷해진다. 인수위는 농촌진흥청이 경쟁 없이 주어진 국가 예산에 안주하다 보니 농업인 등 시장의 요구는 외면한 채 기존 연구자에게 익숙한 과제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농업계에서는 수익이 낮은 농업에서 민간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우리 농업이 외국 농산물과 경쟁하면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이 더욱 분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폐지 위기를 넘긴 이후 농촌진흥청 김인식 청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농진청을 대대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우수한 연구 성과 도출을 위해 우수 연구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흡한 연구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퇴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장의 발표를 들으면서 인센티브의 도입과 퇴출제가 아직도 농촌진흥청에 도입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다. 4월 총선의 결과는 농촌진흥청의 미래와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예측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농촌진흥청의 존폐 문제는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었고 결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간 우리 농업의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던 농촌진흥청이 국민과 농업인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소망하면서 그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비장한 각오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강구하기를 촉구한다.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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