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사태를 보며(1) - 선의의 피해 학생은 없는가 -

등록일 : 2007-12-0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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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2. 3(월)  - 중부일보 칼럼 -

  김포외고 입시 시험문제 유출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김포외고 응시생 외에 두 개의 도내 외고 지원자도 해당 학원의 원생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마찬가지 처분을 받았으므로 이번 사태의 명칭은 '경기도 외고 입시부정사고'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해당 학원 학생들을 합격 취소하고 그 수만큼의 학생을 다시 선발하기 위해 재시험이 준비되고 있고, 한편으로 합격 취소된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합격취소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원안소송'을 법원에 내놓고 있는 상태다. 교육의 문제를 교육의 영역 안에서 풀지 못하고 법의 잣대로 집행하게 되고, 아직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법원에서 판정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 황당한 현실에 무거운 죄책감을 느낄 뿐이다.

 연관된 당사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네티즌들의 다수도 어른들의 범죄와 잘못을 왜 학생들에게 뒤집어 씌어 희생시키느냐는 여론이다. 범죄행위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고 입시관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겠지만 불이익을 보게 된 학생들에 초점을 맞추어 이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 학생들은 어쨌든 치열한 경쟁 가운데 외고에 입학하려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중압감에 시달리면서도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온 학생들이었고, 그 부모들은 또 형편대로 교육비 부담을 감내하면서 뒷바라지를 위해 소위 명문외고를 준비하는 명문학원에 보냈을 터이다.

 듣자하니 그 학원에 들어가 외고 진학반에 편성되어 공부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외고 입시보다 더하다고 하니 학교 성적이 좋을 것이라는 것은 가히 짐작할만하다. 그런데 이 전도유망하고 앞길이 창창한 학생들이, 선생님(학원 강사라고 칭해도 좋다)이 시험 당일 새벽에 시험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나누어준 시험 문제지를 받아들고 '이것은 부정 유출되었을 수 있는 시험문제이며 이것을 풀어 보는 것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입시에서 공정치 않으므로 보아서는 안 되고 곧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겨를이 있었을까? 누가 이 학생들에게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돌을 던지겠는가?

 문제는 또 있다. 직접 불러서 문제를 풀어보게 했든 버스에서 받아 보았든 학생의 수가 몇 명인지 분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어느 누가 보았는지는 더더욱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 중에는 당일 수험생을 직접 승용차로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면서 중간에 주유한 영수증과 그 시간대에 통화한 내역 등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분명 억울한 학생들이 있을 것이고 학원에 등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으로 불이익 처분을 주는 것은 절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중3 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강사나 학원장에게 후사할 테니 시험문제를 빼내 달라고 요구했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이 사고는 순전히 어른들의 사고이며 범죄행위일 뿐이다. 그러므로 합격 취소한 교육당국의 행정집행의 유효성과는 별개로 학생들은 큰 틀에서 구제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정신적 공황상태에 놓여 있고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조심스럽게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경을 만든 어른들을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다. 우리가 희망경기교육을 말하면서 무고한 단 한 명의 학생에게서라도 희망을 빼앗아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