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3
상고출신 대통령
2007. 4. 9 - 중부일보 칼럼 -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은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완의 국가과제이며 국민적 불만의 요소 중 으뜸이다. 주택이나 부동산 문제와 같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도 실제 그 근원을 들여다보면 교육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서울의 강남, 그중에서도 대치동이나 경기도에서 분당, 평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높아 정부가 세금폭탄과 같은 수단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태는 그 지역에 좋은 학교와 좋은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는 것이 배경인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소위 3불 정책을 유지할 것이냐 폐기할 것이냐부터 평준화정책은 성공한 것이냐 아니냐,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인가 제한할 것인가 등 끊임없는 논란과 첨예한 대립이 심각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만들어낸다.
기러기아빠로 표현되는 가족해체의 불행은 이 땅의 교육현장을 떠나고 싶은 부모들의 불신과 과중감에서 비롯된다. 학벌우대의 사회풍토와 무조건 대학에 가고 보자는 분위기로부터 비롯된 실업계고교 기피현상이 오늘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교육의 아픈 부분이다.
새학기를 맞은 최근 어떤 학부모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둘째 아이가 공부를 못해 공고에 가게 되었다며 울상을 짓는 것이었다. 왜 학부모나 학생들이 인문계에 진학해야만 안심하고 아이들의 미래에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인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할 때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과 바로 직전의 대한민국 두 대통령님들이 상고출신인 것을 알고 있다. 또 한때는 공고출신의 대통령님도 있었다. 이와 같은 전·현직 국가원수들의 재임 중 공과나 정치를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그분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나랏일을 맡아 하기까지는 보통사람과 다른 남다른 비범함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정치를 하고 대통령직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그분들의 훌륭한 자질이나 남다른 생각과 노력,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탁월한 능력이나 리더십을 발휘한 점이 있었기에 그 같은 자리에 오르고 큰일을 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실업고 출신의 여러 대통령들이 엄연히 존재한 우리나라에서 실업고의 위상이 추락해 있는 작금의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떤 실업계 고교는 지원자가 없고 수준이 떨어지니 인문계로 전환시켜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총력을 동원해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인문계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입학해서 이어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소위 출세를 보장받거나 밝은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허상을 이제는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자신이 평생 가질 직업을 고려하여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고교를 진학하고, 그 출신들이 역시 다양한 사회 각계의 구성원으로 건전한 구조를 가질 때에 대한민국은 선진의 틀을 제대로 갖춘 건강한 국가가 될 것이라 믿는다.
만일 지금의 우려되는 상황처럼 모두가 인문계를 선호하고 대학에만 진학하려 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기형적인 역피라미드의 사회구조를 보게 될 것이고, 중간허리 부분과 하부 바탕에는 필요한 인적자원이 태부족하거나 부실하게 되는 위험한 사태가 올 것이다.
누구나 교육의 문제점을 말하고 교육의 장래를 비관하고 있는 지금 상고출신의 대통령님께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학을 가지 않아도 나라의 큰 인물이 되고 사회의 소중한 일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면 좋지 않을까.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