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가와 현 마쓰자와 지사님께 - 중부일보

등록일 : 2005-05-0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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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한·일 합작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저는 일본에 대하여 지금도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그 때 1년 반 동안 일본인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또 향후 미래에 있어서 한·일 양국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 때 이미 저는 어떠한 이유를 떠나서라도 한·일 양국은 경제교류를 포함하여 교류의 폭을 반드시 넓혀야 하며 미래에도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될 동반자적 공동운명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오늘 이 시간에도 그때 내린 그 결론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음은 참 유감입니다. 일본이 여전히 한국의 가깝고도 먼 나라로만 인식되는 것도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본이 얼마든지 세계 강대국으로 자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고 있음에도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본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국가적 목표가 크게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이웃나라들이 일본이 과거 침략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국가주의의 재무장과 함께 우경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염려가 그 예일 것입니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일본의 국가 지향 목표가 인류애를 바탕으로 인류의 공동 번영과 세계의 평화에 기여한다면 어떻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경기도와 가나가와현이 자매결연을 한 지 15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지난 4월 22일 경기도 주최 제3회 세계도자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지사님을 다시 뵐 수 있어서 대단히 반가웠습니다. 이날 지사님의 개막식 참석은 최근 독도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한·일 두 나라간 관계가 최악의 상태인 터이라 더욱 뜻 깊었습니다.

특히 짧은 방문 기간 중에도 경기도의 3·1운동 상징인 화성시 제암리를 방문하여 헌화 분향하였다는 보도는 신선한 충격입니다. 경기도민 모두는 지사님의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이 진정으로 용서와 화해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진한 감동 속에 경기도와 가나가와현의 우정이 더욱 더 깊어지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국민들을 포함하여 위정자 모두가 지사님과 인식을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지난 해 가을 경기도에서 있었던 제12회 동아시아 경제인회의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여 아시아의 경제는 물론 미래를 위해 한·일 두 나라의 긴밀한 협조와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정착시켰고 경제규모로 볼 때 당연히 한·일 양국이 이 역할을 감당해 나가야 하며, 이 일을 위하여서는 경기도와 가나가와현이 주도적으로 이 임무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제 경기도와 가나가와현은 우정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경제교류를 중심으로 한 교육, 문화, 과학, 기술, 예술, 체육 등 전반에 걸쳐 그 교류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는 북한의 핵 문제로 어수선한 가운데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아시아 지역의 판도 역시 묘한 기류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문제와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에 닥친 문제도 간단치 않습니다.
일련의 문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한·일 간의 우호관계는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일본이 인류애를 바탕으로 인류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를 지향한다는 큰 방향을 설정하고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증진시켜 협력해 나간다면 일본은 틀림없이 모든 나라로부터 존경 받을 것입니다. 지사님께서 일본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첨병 역할을 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