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인간상실의 시대에 서서 -경인일보

등록일 : 2004-05-1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221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 없음
5년전 코소보의 한 소녀에게서 날라온 E-mail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크나큰 경악과 슬픔을 가져다 주었다. 아도라라는 이 어린 소녀는 물도 전기도 끊긴 집에서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쟁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이 E-mail을 통해 소위 인종 청소라는 반문명적인 살육행위가 벌어지는 코소보의 학살상황이 전해지자 전세계의 여론이 들끓게 되었다.
 
다시 5년이 지난 현재, 이라크에서는 단지 포로라는 이유로 구타하고 벌거벗겨 포개놓고 남성간의 성행위를 강요하며, 군견으로 위협하고 심지어는 소변을 보는 행위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성고문과 가혹행위 속에서 가학자들은 천연스럽게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특히 놀랍게도 이러한 행위를 아무런 죄책감없이 자행한 미군중의 한사람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서 성장한 모범생 출신의 여군이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고문이 반공공연하게 자행되었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었다. 구타는 물론이고 팔다리사이에 철봉을 끼워 돌리는 소위 통닭구이 등 다양한 고문이 일선 경찰서에서도 자행되었다. 결국 부천에서는 성고문사건이 일어났고 또 현재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에 대한 살인적인 고문으로 유명한 이근안 같은 인물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현재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국가간 분쟁, 내전, 인종 분쟁, 분리 운동 등 다양한 이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3년말 일어난 분쟁은 101건으로 진행중인 각종 분쟁이 84건, 종료된 분쟁이 17건에 이른다. 지역적으로 보면 미주 9건, 아프리카 34건, 중동 13건, 아시아 20건, 독립국가연합 10건, 유럽 15건으로 전세계, 전지역에서 살인과 약탈, 고문, 강간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어린이들이 총알받이로 전장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9·11사태 이후, 테러의 공포에 사로잡힌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부시정부는 자의적 기준에 의해 공격해야할 대상을 선정하고 UN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전쟁을 벌였다. 현재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채 전쟁이 끝난 이라크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전쟁 종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끝나지 않은 곳이 또한 이라크이다. 세계는 테러의 공포에서 떨고 이러한 공포는 다시 인권을 무시한 폭력적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명분이나 정당성보다는 전쟁의 결과, 전쟁의 이익을 중요시하고 있다.
 
폭력의 구조속에 개인은 파괴되어진다.
 
린디 잉글랜드라는 예쁘장한 모범생이 아무런 도덕적인 가책없이 고문의 가학자로 될 수 있는 것은 폭력의 정당화, 힘의 논리가 정당화되는 시대의 당연한 귀결이다.
 
힘이 지배하는 시대,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 과연 21세기는 문명의 세기인가 아니면 폭력과 고문의 반문명의 세기인가. 약소국이면 짓밟혀도 되고, 약한 자이면 고문을 해도 구타를 해도 되는 것인가. 반문명, 폭력과 인간상실의 시대에 서서 생각해 본다.
 
명분없는 전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전쟁.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라크에 파병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라크에 대한 국군 파병은 다시 생각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