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필요하다 -경인일보

등록일 : 2003-12-1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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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정책은 100년을 내다봐야 하는 큰 계획이다. 10~20년을 내다보는 근시안적 행태로는 한 나라의 큰 계획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여러 자문단, 연구소, 보고서 등을 통하여 미래를 전망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정부행태는 이러한 장기적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외교정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외교란 다른 국가와의 선린관계를 증진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아나키(anarchy)적인 무질서 상태에서 자기생존을 유지하는 중요한 국가의 행위라 할 수 있다. 최근 북핵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의 외교적 대응은 어떠하였는가? 안전과 안보에 대한 불감증이 아무리 만연되어 있다고 해도, 북한의 핵문제는 한국민 전체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정부의 외교적 준비는 이러한 중대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도 아무런 제도적인 평화적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북핵문제로 불거진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의 긴장상태는 미국이 자국의 대통령선거 때문에 단지 소강상태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지금 준비해야한다! 미국은 한국의 맹방임에는 틀림없다. 때문에 미국과의 공조의 틀을 강화하고 한반도 내에서의 안보태세를 함께 확고히 하는 자세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무정부적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항상 명심해야한다. 즉, 미국 역시 국제문제의 해결은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말이다. 이라크문제, 대통령 선거 등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제한하고 있는 이러한 일시적 한반도 안정상태를 이용하여, 한반도 내부의 평화를 위한 남북간의 정책조율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어떤 문제가 생긴 다음에야 일시적인 방편을 만들어 내는 기존의 정책결정과 준비의 문제는 이제 넘어서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한국을 상대적인 약소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세계 초강대국들이다. 이러한 국제환경은 한국의 국제적 입지를 축소하고 외교행태를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에 편승되도록 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의 외교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강대국 간의 관계변화, 북한을 독립변수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 등에 대하여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한다. 경제적 선진화가 국제사회의 강대국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국가정책의 예측성을 높이고 많은 대안을 준비할 수 있는 국가운영능력의 선진화가 강대국의 기본 조건임을 명심해야한다. 국가의 능력이 국민의 고통이 될 수도 있고, 국민의 복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국내적 문제 때문에 일시적 평화기를 갖고 있는 북한문제에 대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 준비된 외교적 자세가 국가의 경쟁력이며, 향후 북한 핵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있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초석이다. 외교정책은 그 나라의 국가능력을 시험하고 평가받는 국가의 얼굴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