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의 ‘고백’

등록일 : 2006-12-0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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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12. 6 - 중부일보 기고문 -  

도의원으로서 첫 번째 행정감사를 치렀습니다. 팽팽한 긴장감 때문인지 잠을 자려고 누워도 감사 주제가 천정에 파워포인트 화면으로 그려졌습니다. 차분하게 집행부 측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문제점과 대안을 함께 의논해야지 하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감사 3일 째 일선 소방서 감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았습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고 화가 났습니다. 회의록에 목소리의 크기는 기록되지 않겠지만 제 마음속엔 앞으로도 오랜 기간 스스로를 질책하는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 적 이야깁니다. 교회 주일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성경책을 학교 공부보다 더 좋아하고 많이 읽었습니다. 학교엔 상품이 없었는데 주일학교엔 쏠쏠한 상품이 많았던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 때 그야말로 조숙한 어린이였던 저를 구원한 성경구절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의인은 없으니 하나도 없다.’ 저는 그 이후로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해 대오각성(?)을 해냈던 것이지요. ‘내가 나쁜 놈이라서 이 세상에 살 가치가 없다’라는 고민에서 해방된 것이었습니다. 지고의 가치를 가진 성경이 말씀하시길 세상에 의인이 없다는 데, 50억 인구 중에 내가 유일하게 의인이어야 할 의무는 내겐 없는 거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식이 늘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 때의 깨달음(?)이 ‘네 눈의 들보를 먼저 보라’는 또 다른 성경구절로 다듬어지긴 했지만 지금껏 인간을 향한 이해에서 ‘인간의 불완전성’은 가장 큰 명제로 남아 있습니다.


목소리를 높여 질타를 하고는 하루종일 우울했었습니다. ‘나는 할 일을 했다’고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답답한 마음이 풀리질 않았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내 자신에 대한 회의까지 일었습니다. 도민의 대표로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순간순간 사안의 경중을 가리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선배들의 촌철살인의 지적과 대안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선거를 치르면서 공약한 사항들을 이루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초선의원에겐 엄청난 무게로 다가옵니다.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밤을 새워 준비하지 못한 부끄러움에 낯을 들기도 어려웠습니다.


신문을 펼쳐 봅니다. 흡사 본인들이 세상에 유일한 의인인 양 백가쟁명입니다. 그 중에 하나가 되어버린 나를 돌이켜 보다가 고마운 분들의 충고가 떠올랐습니다. “도의회에 가선 도민의 대표자로서 공명정대하게 떳떳함으로 일하고, 지역에 와선 지역의 심부름꾼으로 겸손함으로 발걸음 하라”는 당부가 생각났습니다. “그래! 벌써부터 나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려는 욕심은 버리자. 다만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묘하게도 30년이 더 넘은 어릴 때 그 기분이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의인이 하나도 없다’는 포기가 아니라 ‘의인’을 향한 새로운 다짐이었습니다. 저를 향한 질책에 겸손히 귀 기울이고 몸가짐 마음가짐을 더욱 반듯하게 할 일입니다. 불완전한 사람이지만 사명을 받은 도의원으로서 촌음을 아껴 공부하고 노력할 일입니다.


뉴스에 첫 눈 소식이 들립니다.


하늘에서흰꽃가루/소복하게내리소서/이내마음부끄러움/온전히덮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