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칸’의 꿈을 깨는 사회

등록일 : 2006-12-0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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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12. 7 - 경기신문 기고문 -

‘평생을 뼛골 빠지게 일하면 집 한 칸은 마련할 수 있겠지’ 하는 소박한 희망을 품고 살던 때가 있었다. 셋방살이 눈치도 서러운데 엄한 아이들 기죽이는 것이 한(恨)이 되어 가족을 위해 그저 오로지 ‘집 한 칸’ 마련하려 몸이 부서져라 일하던 가장(家長)들이 있었다.


6일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값은 11.4% 상승해 2002년(22.8%)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집값 상승률이 10%대를 넘어설 것이란다. 서울 집값이 15.4% 올랐으며, 특히 강남은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인 20.0%, 강북은 10.6%가 뛰었다. 수도권의 상승률(16.6%)은 서울보다 높았다. 바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 많아진다. 이름만 대면 권위가 한껏 선다는 별별 협회, 연구원 이런 곳에서 예측했다는 부동산동향이 제대로 맞지 않았으니 이래저래 식은 땀 나는 사람만 많아진다.


언제부터 집이 거주공간이 아니라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었던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가족들의 괜한 눈칫밥 없는 세상살이를 위한 집 한 채가 언제부터인가 ‘돈 넣고 돈 먹기’의 수단이 된 것은 분명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공급과 수요의 시장원칙이 가차 없이 부동산에도 적용되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진 현실은 사람들을 이악스레 만든다.


집값 상승 4년만에 두자릿수

요즘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부동산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정부가 수십 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55%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평균 분양가가 평당 783만원을 기록,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의 평당 분양가 504만원에 비해 55.4% 오른 것으로 파악되었다. 앞으로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실수요자까지 시장에 가세하면서 부동산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재테크 인식 아쉬워

이런 부동산광풍 앞에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강심장은 많지 않다. 지방의 한 도시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이 수km의 장사진을 치고, 아파트값 폭등으로 이른바 ‘부동산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77. 6%에 이른다. 이 중 58.2%가 집값 폭등 때문에 허탈감과 상실감으로 불안, 초조, 열등감을 경험했단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집 한 채’ 있는 사람도 엇비슷하게 부동산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일부의 건설업체, 금융기관, 부동산중개업자, 부동산옹호언론을 ‘부동산 사적(四賊)’이라고 덤터기를 씌우고, 많은 사람들이 이 ‘대책 없는 청와대’를 포함시켜 ‘부동산 오적(五賊)’이라고 비난한다. 민망한 것은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민(民)-민(民) 간의 갈등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벌써부터 조세저항에 부딪쳤고, 무주택자나 저가주택 소유자들은 ‘있는 사람’에 대한 공격에 나선다.


내 탓을 하기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나쁜 버릇이 ‘강남에 아파트 두 채’ 있던 청와대 비서관에게만 있겠는가? 형편이 허락한다면, 집 한 채 더 사서 시세차익을 볼 요량으로 군침을 흘렸던 발칙한 내 탓은 없는지 지금부터 반성해야겠다. 집 한 채 있는 사람들도 스트레스 받는다니, 옆 동네 집값보다 덜 올라 그런 거라면 이 또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정녕 살 수 없는 꿈이 되나…

침대는 살 수 있어도 꿈을 살 수는 없다. 좋은 침대가 달콤한 꿈을 담보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가족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오래 전, 우리의 부모님들이 품었던 소박한 희망을 배울 수 있다면, 이런 광풍에도 우리의 행복은 지킬 수 있으리라. 부동산중독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꿈과 침대사이의 간극을 가르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