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비극

등록일 : 2006-11-0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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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11. 1 - 일간경기 기고문 -


보수냐 진보냐.


우리 정치권의 해묵은 이념논쟁은 이제 비단 정치권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전체의 담론이 된지 오래다.


시쳇말로 진보진영에서는 보수를 일어 '수구꼴통'이라 폄하하고 보수진영에서는 진보진영을 가리켜 '철없는 아이들의 불장난'이라고 치부한다. 조국이 해방된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우리의 현실은 지금도 이념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굴레를 씌우고 있다. 미국사회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기준은 정책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보수와 진보의 기준은 미국의 그것에 거추장스런 무엇 하나를 더 갖고 있다.

그것이 바로 색깔론이다.

이번 '일심회' 간첩다'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2년전 폐지직전까지 갔던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5명이 구속됐다. 만일 국가보안법이 폐지됐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그들은 국가보안법이 아닌 대체입법의 적용을 받았을 테지만 간첩이라는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주범은 그렇다치고 종범인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단순 동조인지 아니면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대로 적극 가담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같은 생각의 바탕에는 과거 적지 않은 공안 사건의 상당수가 국가에 의해, 공권력에 의해 조작되고 과대포장됐던 경험때문일 것이다.

때맞춰 국정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히고 일부 언론에서는 사퇴배경에 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즉, 청와대가 386세대 정치인이 대거 연관된 일심회 간첩단 수사에 대해 불편해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과연 우리 사회에 이념논쟁은 이제 그 정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햇볕정책을 주창한 김대중 정부도 좌파정권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와 좌파정권이라는 지적이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가 색깔론을 구시대의 유물로 청산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주적으로서의 북한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하는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한가지 분명한 것은 386세대는 아직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기에는 경험과 철학면에서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부족한 것을 알고 공부하고 정진하면 되는데 아집과 교만에 빠져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에워싼 핵심 찬모진이 386세대인 것이 이 정권의 비극이라면 나만의 비약된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