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벼’ 내년에도 北에 심어야

등록일 : 2006-11-03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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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11. 2 - 경기신문 기고문 -


경기도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대북협력사업이 10월9일 행해진 북한의 핵실험으로 또다시 일체 중단됐다.


지난 7월5일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됐다가 어렵사리 다시 계속된 사업이 또다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안보리가 대북제제 결의안을 의결하는 등 세계가 계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제재 조치를 하면 할수록 내 마음 한 구석에 남는 것이 있다.


도가 최대의 대북지원 사업을 펼치면서 장밋빛 발전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시름(?)에 빠져 있을 강남군 당곡리 주민들이다.


9월 하순쯤 며칠간의 일정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숙소는 평양시내라고 할 수 있지만 방문 목적지는 평양에서 남쪽으로 20여km 떨어진 강남군 당곡리였다.


도에서 추진 중인 남북협력사업 중 진료소와 도정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 참석하고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협력사업들의 현장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100ha 규모로 추진 중인 경기-평양미 재배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도 가졌다. 함께 간 벼 전문가는 누렇게 익은 논 한가운데 서서 경기도가 북한땅에 꼭 들어맞는 볍씨를 개발하기 위해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사업에 도달했다는 설명을 신나게도 했다.


북한 동포 미소보고 흐뭇


넓은 들에 한눈에 담기에는 넓은 땅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며 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못자리를 했던 아주 척박한 빈 땅에 심겨진 수박, 오이도 익어가는 것을 보고 당곡리 주민들과 웃음도 나눴다.


처음은 수도인 평양에 이런 곳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지원으로 변모되어질 마을 생각에 다른 생각은 이내 지울 수가 있었다.


도정공장은 바로 이곳에서 거둬들인 벼를 도정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계속사업을 위해선 필수적인 사항으로 판단돼 여러 협상 끝에 도가 시설을 지어주기로 한 것이다.


진료소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인 진료도 이뤄지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진료소는 필수였기에 좋은 사업 중의 하나라고 여겨졌다. 탁아소도 새 건물로 지어진다. 학교도 현대식 건물로 다시 태어난다. 그 때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올해 안에 모든 것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의 희망을 이야기 했다.


마을길은 우리가 당곡리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주민들이 모여 콘크리트를 입히고 있었다. 꼭 우리의 새마을 운동이 북한 땅에서 이뤄진다는 느낌이었다. 당곡리를 총책임지고 있는 ‘책임자 동무’의 얼굴은 우리가 준비해간 조감도를 보며, 마을길이 새로 단장되는 것을 보며,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들의 주문은 다른 것은 없었다. 빨리 지원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미사일 발사 문제로 늦어진 것을 염두에 두곤 있지만 인정은 하기 싫은 눈치다.


예정대로라면 10월 말쯤이면 모든 사업이 완료돼 새로운 마을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 기공식이니 사업이 늦어짐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육로로 들어갈 수 없어 멀리 원산항을 통해 물자가 들어오고 이를 다시 당곡리까지 옮기면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전적으로 북측의 잘못이 있지만 그들은 인정하기를 주저했다.


핵 넘어 동포애로 도와야


북한이 세계가 만류하는 핵실험을 한 뒤, 그 때 강한 동포애를 느끼며 찍었던 사진을 꺼내들었다. 아무것도 진행되지 못한 채 빈 공터로만 남아있을 도정공장 자리, 진료소 자리, 탁아소 한 켠에 있던 녹슨 철봉, 멈춰버린 농촌현대화 사업, 손님대접 하기 위해 내놓은 녹두지짐, 강냉이, 고구마, 닭백숙…. 한꺼번에 스쳐갔다.


도는 핵실험이 있던 날 “대북협력 사업과 관련한 신규물자 지원을 전면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멈춰버린 시계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시름에 빠져 다시 교류협력의 날을 기다릴까. 아니면 핵실험을 찬양하며 그들이 말하는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고 있을까.


11월1일 아침,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희미한 희망의 빛이 당곡리에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