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 새롭게 조명하자

등록일 : 2006-10-1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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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4 - 중부일보 기고문 -

  지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언론에서 노인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이는데 올해는 조용한 편인 것 같다. 유엔은 전체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분류하고, 14% 이상인 단계에서 안정을 이루는 사회를 고령 사회(aged society)로 기준을 두고 있으며,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로 규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 고령화에 대한 인식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노인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 대한노인회 등의 노인 단체와 노인복지기관 및 시설 관계자와 종사자들을 주축으로 사회문제화 되기 시작했다. 그 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노인복지는 고용과 소득, 보건과 의료기능, 여가 문화와 계속교육, 실버산업, 사회참여 활동 등 여러 부문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가 유럽과 북미대륙 등의 선진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특징인 데 비해 사회 전반의 인식 및 정책의지의 부족 등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및 복지 측면에서 노인들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21세기에는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따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이 문제일 수는 없다. 인간의 고령 현상은 우리가 회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기 때문에 존중돼야 마땅하다. 고령 사회는 노인인구의 증가율이 전체인구의 증가율보다 앞서가서 국가사회의 경쟁력은 떨어지는 반면, 노인부양지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사회보장부담이 급증하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고령 사회에서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복지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한다. 즉, 고령 사회에 맞는 복지정책과 제도의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고령 사회에서 노인은 노인들의 자립이 가능해서 노인을 수급자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공급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노인들에게 있어서 생물학적 심리학적인 노화로 인한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의 상실과 정년퇴직으로 인한 수입 감소 등은 소득의 빈곤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우 사회보장제도의 미비와 노년에 대한 경제적인 준비부족 등으로 일반적으로 경제 자립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지금의 노인들은 국가·사회적 및 역사·문화적으로 근로소득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데다 부모부양과 자녀 양육에 투자를 하느라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준비는 전혀 못한 세대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선진국 노인들의 주요 소득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적연금, 개인연금, 저축, 임대소득 등의 소득지원이 없어 자녀들에게 의존한 채 빈곤한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정년과 소득의 감소 및 상실은 노년기 생활을 불안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녀의 교육과 결혼, 부모부양 등으로 경제적 지출이 가장 많은 초기노년기의 경제적 역할 상실은 소득의 빈곤으로 연결되어 심각한 생계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앞으로 다가올 고령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 상실과 빈곤은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할 것이고 풀어야 할 정책적 과제가 될 것이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소득보장과 고용에 대한 욕구 및 기능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첫째, 이제 더 이상 노인을 생물학적인 달력상의 연령으로 사회적 역할을 개념 지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즉 이제는 노인에 대한 전통적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노인을 사회적 나이와 기능적 나이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통합적이고 다각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이처럼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개념이 달력상의 나이가 아니라 사회적 나이와 기능적 나이로 강점될 때 노인의 고용은 활발해질 것이고 동시에 노인의 소득보장 또한 증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인의 고용증대는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노동시장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셋째, 지난날 노인의 기여와 공헌에 대한 수급자로서의 관점과 함께 소득의 주체로 노인을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저출산과 고령 사회라는 세계적인 인구변화 추이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노인, 즉 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통합세대로서의 새로운 노인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노인에 대한 개념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처럼 새롭게 부각될 때 나이를 먹고 늙는 것, 즉 노화와 노령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연령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발전지향적인 자연스러운 인간 발달단계의 현상으로 인식될 것이며 아울러 노인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소득보장도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인구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보건을 위한 노인복지 기능, 즉 노인들의 건강과 건강보호, 그리고 질병관리는 매우 어렵고 주요한 과제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고령화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치매, 중풍 등을 비롯한 만성적인 질병으로 인한 장·단기적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이 급증하게 되는데 이에 필요한 재원마련과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