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결과 총 528명의 여성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를 모았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한 명의 후보도 당선되지 못했지만,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32명, 기초의원 110명, 광역비례의원 57명, 기초비례의원 326명 등 2002년 선거 때보다 당선자가 386명 늘어났다. 당선율 역시 지난 2002년 3.22%보다 4배 이상 높은 13.65%를 기록했다.

그러나 비례를 제외하면 여성 당선율은 2002년 당선율 2.14%의 2배에 그친 4.25%로 떨어진다. 전체적인 여성 당선율 증가는 이번 선거부터 기초비례의원을 새로 선출했고, 비례후보의 경우 여성의 비중이 광역비례 64.4%, 기초비례 73.2% 등 다수를 차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만족 할 수는 없지만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이 정도 여성의원들이 진출하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 여성 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막연히 여성 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 할 뿐 진정으로 그 가치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래서 여성정치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려 한다.

첫째, 여성의 정치참여는 비단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한 걸음의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여성의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아동, 장애인, 노인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한 걸음의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둘째, 부패한 중앙의 남성중심 정치구조에 대한 거부감이 만연 해 있는 현대 정치에서 여성성의 발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근대사회로 들어서면서 남성 중심의 정치구조가 자연스레 형성되어왔다. 그러나 정경유착, 비합법적 행위 등 수많은 문제들로 국민들은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권력정치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집단간의 이익과 권력의 갈등을 해소하고 협조체제를 통한 생활정치의 차원으로 권력이동(Power-shift)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의논하여 부족한 자원의 균형 잡힌 배분을 실현시켜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의 청렴함과 섬세함은 부패한 정치권력과 권력정치에서 생활정치로의 변화를 겪고 있는 정치권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셋째, 대표성의 불평등구조를 극복해야 하기 위함이다. 인구의 반이 여성이다.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정치권에서는 여성이 너무도 적게 대표(under representation) 되고 있으며,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의 대표성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으며, 여성은 소외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성들의 선심을 기대하는 정도로는 시대적 요구에 불충분하다. 대표성의 문제는 지방의회나 기관장, 국회의원 뿐 아니라 사법부, 경찰, 검찰 등의 법적 행정기구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호의를 바라는 의존적, 피지배적 입장에서 직접 법과 정책을 만들고(입법), 집행하고(행정), 적용(사법)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여성들의 지위향상, 평등이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대표성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넷째, 세계가 협력과 통합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평화운동이 확산되고 평화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생태적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남성들에 비하여 여성들은 공격적이 아니고 보다 평화를 사랑하며, 에코페미니스트(eco-feminist)들의 주장대로 여성들은 생태계의 유지, 보전에 보다 더 적극적인 실체이기 때문에 지구를 살리는데 보다 더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정책결정과정에 많이 참여함으로써 생태계 유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정치행위의 목적이 사회적 갈등의 조정과 사회 통합이라면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부패방지, 의사소통강화, 권력의 사회화, 공공성 증진 등 정부 영역의 민주화와 지방자치의 정착화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지방자치 참여 확대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5·31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전국의 528명의 여성의원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여성의원들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정치의 변화를 기대하는 모든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