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그리며 - 경기일보

등록일 : 2003-05-1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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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뒤덮여 녹음이 짙어만 가는 5월, 스승의 은혜가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입학하던 해 교장으로 부임하시어 졸업하던 해 다른 곳으로 전근 가셨습니다. 저는 30여년전 그 중학교 교정과 동창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마웠던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씁니다.

선생님! 중학교 교육에 있어서 선생님께서 추구하셨던 교육목표는 교육환경 개선과 전인교육 실시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우리는 대운동장, 대강당, 도서관, 과학실, 미술실, 태권도실, 소극장형 음악실, 그리고 새로 지은 수족관과 샤워장 등 모두 넉넉한 공간과 훌륭한 시설이 잘 갖추어진 좋은 교육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공부하며 사색하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위엄있는 풍채와 독특한 카리스마(?)로 전인교육 실시를 위한 기수가 되어 깃발을 높이 치켜 세우셨습니다. 추측컨대 함께 일하셨던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본연의 업무 그 이상의 업무 수행으로 무척 힘이 드셨을 것입니다. 그 때의 모든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덕에 교과서 이외에서 배워야 할 너무나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함으로써 지적 호기심, 무한한 상상력, 그리고 더 큰 꿈들을 쌓고 넓히고 키울 수 있었으며, 무엇이든지 해보고자하는 도전정신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30여년 전의 그 때로 돌아가 봅니다. 선생님께서는 52인조 브라스 밴드를 결성하여 매 월요 조회시 연주케 하시었고, 매년 봄·가을로 학년별, 종목별, 학급 대항 구기대회와 체육대회를 개최케하여 협동심과 단결심 그리고 승부욕과 애교심을 불러 일으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교내웅변대회, 학급별 환경정리 심사, 실험실기(과학·음악)수업, 경주와 부산으로의 수학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셨고 철저한 정규 C·A(특별활동)수업을 포함, 방과 후 현악반 활동, 브라스 밴드부 활동, 미술반 활동, 태권도실 운영 등 타고난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무대와 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매년 가을 성대히 펼쳐진 3일간의 축제는 모교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 주기에 충분한 사건들이었습니다.

제자 사랑이 남다르셨던 선생님께서는 졸업을 앞둔 전체 학생 한 명 한 명을 만나서 직접 개인면담을 통해 고교 진학을 포함한 진로 문제를 상담해 주시는 자상함을 보여 주셨습니다.

선생님! 졸업 후 15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서울 종로에서 뵈었을 때는 선생님께서는 정년 퇴임을 한 후이셨습니다. 어떻게 서울에 오셨냐고 여쭈었더니 ‘영어 회화를 배우러 왔는데 나온 길에 책 몇권 사러 종로에 들르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또 한번 선생님의 노교육자로서의 진면목을 가슴으로 느끼며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있는 길 가려 말고, 없는 길 헤쳐가서 흔적을 많이 또 많이 남기거라” 하시며 몸소 본을 보이시며 없는 길을 헤쳐 가셨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많은 제자들 가운데에는 저마다의 분야에서 선생님처럼 없는 길을 헤쳐 가려고, 그래서 흔적을 많이 또 많이 남기려고 몸부림치는 제자가 있음을 보고 드립니다.

선생님의 그 제자 사랑과 제자들의 미래를 위한 일념으로 온 정열을 쏟으셨던 교육자로서의 일생의 그 노고가 졸업한 지 30년이 넘은 오늘까지도 보석처럼 빛이 납니다. 그리고 그 은혜가 정말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집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