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자치와 역행하는 행정구역 개편 - 경기일보

등록일 : 2005-10-26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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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광역 시·도를 없애고 전국을 70여개로 분할하는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으며 내년 지방선거전에 입법과정을 거쳐 오는 2010년까지 행정구역 개편을 완료하겠다는 추진일정까지 제시됐다.
한편으로는 지방행정 체계의 다층구조를 축소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겠다는 정치적인 목적도 담겨 있다. 모든 정치, 행정체제는 장점과 함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부분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폐지할 것인가는 중요한 정책결정의 문제이고 여기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뿔을 고치겠다고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방자치 시대인데도 행정개편의 수혜자인 국민들과 지역주민들의 여론수렴 과정 없이 중앙정치권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행정구역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정구역 개편은 몇가지 큰 문제가 있다.
첫째, 광역 시·도는 기초자치단체의 관할범위를 넘어서는 광역행정(도로 하천 상하수도 쓰레기문제 등)을 시행하면서 기초자치단체를 보호·지원·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만일 경기도가 없었으면 900억원이 소요되는 경인교대 설립이 가능했겠는지, 100억달러 규모의 파주 LG필립스LCD공장 설립이 가능했겠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광역 시·도가 폐지되면 이러한 광역 시·도의 역할을 중앙정부가 하게 되고 그렇다면 지방자치는 소멸되고 말 것이다.
둘째,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광역행정체계로 가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의 가장 큰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주정부), 일본(도도부현)뿐만 아니라 유럽 선진국도 광역지방정부체제를 유지하고 있거나 지향하고 있다. 경기도를 10개 정도의 자치단체로 분할하게 되면 광역자치단체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과 역할을 대체할 각종 공사와 재단을 별도로 자치단체별로 설치하게 돼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지방자치체계를 현재의 2개에서 1개로 축소하는 것이 언뜻 보면 행정을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비용이 증가되고 지방자치가 소멸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행정구조에 문제점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보다 많은 권한과 재정이 기초자치단체에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부분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것인가, 아니면 광역 시·도를 없앨 것인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바라 보아야 한다.
그동안 광역자치단체가 수행해온 역할과 기능도 평가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기초자치단체를 보호하고 조정, 지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역할과 기능의 문제점이 광역자치단체 자체의 문제인지 지방자치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인지도 살펴 보아야 한다.
100만명을 기준으로 시·군을 통·폐합하는 것도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통합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지역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행정구역 개편은 지역주민들의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거쳐 합의를 도출한 후 추진돼야 한다. 광역자치단체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역할과 기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광역 시·도를 없애겠다는 것은 발상과 접근방법에 있어서 잘못된 것이다.
지역감정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의 편의성, 자치단체의 범위와 능력, 역사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구역 개편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