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스러움의 극치 - 경기일보

등록일 : 2005-07-2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56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 없음
인간의 생명은 존귀한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객체가 모여 가정, 사회, 국가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인간, 즉 사람임에 틀림없다.
지난 6월 중부전선 G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군의 명예 실추는 물론 집권정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8명이나 되는 꽃다운 청춘의 고귀한 생명을 잃고 부상자도 속출한 상황에 유가족에게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위로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한들 꽃다운 자식을 잃은 부모님 가슴에 박힌 한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나라인들 군인이 없고 국방의무가 없을리 만무하지만 우리는 외세의 적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동족끼리 남과 북에서 총부리를 맞대고 대처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에 간 자식들 걱정에 잠못이룰 부모가 한둘이랴.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줄 정부라면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방장관 해임결의안은 바로 통과시켜야 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통지권자인 대통령의 갈팡질팡하는 인사정책인지 아니면 오기의 발로인지 알 수 없는 태도와 레임덕을 타개하기위한 술수인지는 몰라도 야당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동 해임안이 부결되는 것을 보면서 점심 한끼에 소신이 무너져가는 정치라면 국민의 대변자라는 정치꾼들을 우리는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당선되었으니 내맘대로 식인지, 아니라면 그뒤에 숨겨진 빅딜이 있는 것인지. 무책임한 행동에 국민은 정치인다운 정치인 조차도 정치꾼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정치인에 대한 존경보다는 경멸과 질타의 대상으로 보는 현실을 살펴보기 바란다.
우리는 어렵사리 산업부흥을 일구어 내었으며 그 결과 세계무역 수출 11위에 올라섰다. 중진국에서 선진국대열에 들어설 관문에 처해 있음에도 정치의 현주소는 3류정치밖에 못된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 국방, 교육 어느 한 곳 제대로 되어가는 것이 없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인물을 참으로 중시한다. 유명한 정치가, 철학가, 종교가, 발명가 등 민족과 인류에 공헌한 위대한 사람들의 동상이 즐비하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공항과 거리, 터널이름을 ‘링컨터널’이니 ‘빅토리아 공원’이니 하며 인명을 따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대한 성인들의 동상이 손에 꼽을 만큼이나 적고 그나마 있는 동상마저도 흠집을 내어 끌어내리는 판국이다. 어디 그뿐인가. 미국인들은 55년이 흐른 6·25참전용사들의 유해마저도 찾아다니며 발굴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살아있는 국군포로, 납북어민, 납북자 문제도 속수무책인 상태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함에도 오늘은 비료 20만톤, 내일은 쌀 40만톤의 요구조건에 맥없이 당하고만 있는 현실은 어떻게 해석 해야 할지 통탄스럽기도 하다.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은 본인의 자의에 의한 사표제출에도 불구하고 현정부는 ‘국방개혁’을 운운하며 그를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무슨 국방정책이 특정인물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지도 궁금할뿐더러 자리를 잘 지키고 보전하는 자는 끌어 내리고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 낙마한 인사를 줄줄이 대거 등용 시키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인사정책이 올바른 인사정책인지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재고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