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대 정운찬 총장님께 - 경기일보

등록일 : 2005-07-20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98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 없음
총장님! 서울대 2008 입시 안(案)과 총장님에 관한 기사들이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 내리고 있습니다. 대학입시와 관련한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오늘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보도들을 접하는 우리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오늘 문득 총장님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보고는 받으셨겠지만 지난 해 경기도와 서울대 간의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설치와 관련하여 체결된 양해 각서는 진일보(進一步)하여 지난 4월 경기도의회 제 201회 임시회에서 조례로 제정되어 연구원 설치가 현실로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경기도를 위해서나 서울대학교를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나라를 위하여서도 아주 잘된 일이며 기대가 큽니다.
저는 서울대 2008 대입시 안과 관련하여 정부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총장님께서 그 싸움에서 결코 밀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이 편지가 다소라도 총장님께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펜을 들었습니다.
총장님. 사견임을 전제로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이 상태로 나가다가는 경제적 어려움의 도를 넘어 분명 국가 전체의 위기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은 국가경영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의 의사결정이 크게 잘못되고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많은 분야에 있어서 또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지금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입니다. 지금 전반적으로 국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국가의 경쟁력은 교육의 경쟁력에서부터 출발하며 한국의 미래는 교육 경쟁력 강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국제화 시대에 있어서 국가 경쟁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절체 절명의 전제조건은 각 분야에 있어서의 우수한 인재의 확보입니다. 논리의 비약이 될지도 모르지만 우수한 인재의 확보 여부는 미래 세계에 있어서 국가의 흥망과 직결될 수도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란 질 높은 교육을 통하여서만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질 높은 교육이란 우수한 교육기관을 통해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최근 서울대가 내놓은 2008년도 입시 안은 내신성적 위주의 아주 불합리한 현 입시제도에서 벗어나서 보다 널리 우수한 학생들을 뽑겠다는, 그래서 보다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데에 다름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입시안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보다 발전된 안이라고 생각되는 바 그나마 이 안이 정부의 힘 내지는 압력에 의해 철회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이미 일본은 “평준화 교육으론 미래가 없다”고 일본판 영국 이튼 스쿨이라고 불리는 가이요(海陽)라는 중등교육기관 설립에 재계(財界)가 발벗고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왜 우리나라만 모든 면에서 정체되고 뒤로 처지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정부가 서울대 입시 안에 반대하는 것은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에 대한 가계(家計)의 비용 부담이 커지리라는 것이 그 주된 원인 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것은 기우(杞憂)입니다. 공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총장님! 총장님께서는 결코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럴 것으로 믿어집니다. 문제는 자리에 연연해 하셔서가 아니라 힘에 밀려 밀려나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총장님께서 이번 입시 안에 대한 관철을 위하여 결코 고집을 꺾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