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동 한 그릇’ 연극을 마치고 - 경기일보

등록일 : 2004-12-2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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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한다는 것, 참으로 쉽게 봤다가 혼쭐 났다. 그동안 많이 바빴고 힘든 나날들이라, 연극이 끝나면 실컷 잠도 자고 시원할 것 같았는데, 웬지 집안이 답답하고 밖으로 자꾸 눈이 돌려지는 내가 민망하다.
“의원 집어던지고, 경기도문화의 전당에 단원시험이나 보러갈까?”
문화공보위원들이 ‘우동 한 그릇’의 연극을 하게 된 것은, 권위주의 의원상에서 부지런한 의원상으로의 변화, 경기도가 갖고 있는 힘있는 함성, 경기도가 갖고 있는 성장된 정책과 비전, 경기도가 노력하는 변화된 가치들, 즉 생명력 있는 경기도를 드러내고, 경기도의 힘을 알리기 위한 시도였다. 그 힘의 분출구를 찾은 것이 문화예술분야였다.
문공위원들은 바람을 부르고 소리를 지르면서, 깊이 잠자는 영혼을 깨우고 싶었고, 따스한 말 한마디의 속삭임으로 고정된 생각을 열게 하고 싶었는 지 모른다. 오감이 굳어서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문화예술분야의 힘이 그 치유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희망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사연도 많았다. 연극 막바지에 이르면서 의원님들끼리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가 서로 위로하다가, 대사를 까먹으면 “와! 돌아버리겠네…. 모 의원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어?” “아니 지금 몇 시인데…. 전화도 없었어! 정말 짜증나는군! 전화 좀 해봐요!!” 긴박하고 위험한 순간, “헤헤….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일찍 좀 와요.. 우린 06시25분에 왔어요. 당신 한 사람 때문에 우리 모두가 연습을 못하고 있잖아요!” 그 소리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아옹다옹했던 우리의 시간들….
연극 도중 친척이 돌아가셨는데도 자리를 뜰 수 없었던 일…. 연극에 열중하다 남편의 생일을 잊어버려 시누이들과 팽팽한 긴장에 휩싸여야 했던 일…. “당신 어떻게 된거 아냐? 당신 나이가 몇인데 뭘 한다고? 주책도 급수가 있다고요”하고 핀잔 받았다고 우리끼리 씁쓸했던 날. 지나놓고 보니, 다시 가질 수 없는 더없이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이와는 달리 우리의 어설픈 몸짓에 격려와 사랑을 주신 분도 많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경기도 역사의 한 사건이라며, 연극의 잘됨과 못됨을 논하기 전에, 그 시작과 행위는 대단한 가치가 있음을 인식해 주었고, 어떤 도민은 모처럼 건강한 의원들의 모습을 만나게 되어 든든하고 싱그럽다고 박수를 보내 주기도 했고, 어떤 분은 우리가 연습하는 연습실로 떡과 다과, 김밥을 마련해주면서 기뻐하셨던 분들도 많았다.
이제 연극은 끝났다. 우리는 지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겠지만, 지난 것에 질질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문공위 소속 의원들은 다시금 의기투합했다. 우리가 함께 있는 한 경기도의 문화사랑은 계속될 것이고,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지! 근원적인 물음을 지속적으로 묻게 할 것이다.
많이 배웠다. 관심과 사랑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