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정수도 이전 정당화 안된다 - 경기일보

등록일 : 2004-07-19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448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 없음
천도(遷都)는 그에 따른 손익과 천도를 둘러싼 여러 여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된다. 천도에 대한 논의는 감정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인식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결코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정파 또는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수도의 입지는 국기(國基)에 준하는 기능으로 시행착오를 허용하지 않으며, 공간적 관성을 갖는 물리적 실체로서 한번 정해지면 쉬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예로 드는 브라질의 경우 그 비용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을 만큼 부담이 되었고,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는 여전히 명목상의 수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한동안 천도를 논의하던 이웃나라 일본은 천도 자체를 포기한 상태다.
세계화가 잠시의 머뭇거림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급속히 진전되고 있고, 동아시아의 질서도 이해관계를 첨예하게 대립시키면서 요동치고 있다. 이런 때에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신수도 건설에 쏟아 붓는다면 그것은 호사가의 놀음에 다를 바가 없다.
천도는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가발전의 비전에 역행하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천도론은 수도권의 기능을 약화 시키는데에 초점이 모아져 있고, 또 실제로 천도계획이 착수되는 것만으로도 서울은 대내외적 위엄과 신뢰도 등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천도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 세대 후의 이 지역 주도권은 동경권, 서울권, 북경권과 상해권의 경쟁에서 판가름 난다. 서울과 수도권이 세계 도시 선점 경쟁에서 밀리면 정부가 내놓고있는 동북아 중심의 비전도 허구가 되고 만다.
또한 천도는 반통일적·분단 고착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를 통일되어야 할 하나의 땅으로 본다면, 분단 이전에 한반도 전체의 수도서울을 유지하는 것이 공간적 논리의 일관성을 지키는 일이다.
천도는 한반도의 일체성과 함께 서울이 통일된 한국의 수도로 회복되고 나서 논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국회에서 고건 前총리가 통일수도의 적절한 위치로 ‘서울’을 거론한 것은 올바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여론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를 이전하면 강한 국민적 반대에 부딪힐 것이며, 현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그 어떤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권력은 변하고, 정권은 오고 간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고 수도는 남는다. 수도는 우리 삶의 터전을 상징하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곳이다. 조상의 얼과 후손의 삶을 잇는 땅의 역사가 바른 흐름을 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