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의 虛와 失

등록일 : 2004-11-23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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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제36조가 부여한 금년도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됐다. 그런데 너나없이 아우성이다. 자료를 들고 감사장으로 뛰는 공무원, 집행부의 답변을 질타하는 의원들, 어깨와 목에 힘주어 질의하지만 집행부는 “이해해 달라,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지방의회가 겪고 있는 행정사무감사의 현주소다. 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정부의 위임행정에 대한 심도 있는 감사는 뒷전이고, 정치적 공방과 함께 적과 아군의 흑백 논리로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것을 필자는 분명히 보았다. 밤새워 자료를 만들고 준비해온 공무원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행정감사의 목적은 한마디로 주민의 알권리 충족이다. 또한 행정내부의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고 시정하는 정책대안의 제시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행정감사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왜곡된 채 그 실효성은 아주 미흡한 실정이다. 제대로 된 행정감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 자료의 분석과 종합능력, 핵심문제의 도출과 대안개발 능력 등이 구비되어야 한다. 아울러, 충실한 정보제공이나 진솔한 답변 등 피감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간혹 신문 등에 등장하는 공무원의 부정부패 의혹 사건을 보게 된다.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불신과 허탈감을 느낄 것이다. 부패는 국가의 청렴도 지수에 반영되고, 국가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우리들이 행하는 과오나 행정행위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행정사무감사이다. 공무원은 자기가 처리한 업무에 대해 감사를 통한 검증으로 자기반성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감사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러면 감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첫째, 의회 차원의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감사활동이다. 성의 있는 자료요구와 함께 정치성 발언이나 ‘수박 겉핥기 식’의 감사를 지양하고 요구 자료의 충분한 사전 검토와 착안사항의 치밀한 준비, 그리고 의도되거나 예상된 답변에 대한 추궁을 통해 시정·처리·건의 등의 조치를 적절히 요구해야 한다.

둘째, 책임행정 구현을 위한 주민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국감이나 행정감사를 바라보는 주민의 눈은 무관심과 함께 냉혹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일관하거나, 불성실한 자료준비 및 본질을 벗어난 자세 등은 주민의 질시를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현안 등을 지역구 의원이나 도의회와 협의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참여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감사 진행상황에 대한 감시만이 주목적이 아닌, 지방 행정에 창의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인식전환은 물론 관심과 의견을 자유로이 제시하는 제도와 절차가 수반돼야 한다.

셋째, 집행부의 태도 전환이다. ‘감사장만 벗어나면 그만이고, 하루만 잘 넘기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당연히 바뀌어야 할 중요 요소이다. 공무원의 저항적 자세도 문제이다. 감사는 업무추진에 지장을 초래하고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집행부는 적어도 행정감사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민의의 대변자임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자세와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넷째, 중복감사의 개선이다. 국정감사와 행정감사의 중복은 집행부의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정감사는 중앙기관에 한정하고, 지방정부는 행정사무감사만 실시토록 하는 것이 행정낭비를 방지하고 지방자치가 존속하는 참모습이라 할 수 있다. 진정으로 실효성 있고 비전을 제시하는 행정감사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