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 경기신문

등록일 : 2005-12-2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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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이와 관련한 치열한 찬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찬성하는 쪽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명문화한 새로운 사립학교법이 지금까지 폐쇄적이던 사립학교의 운영방식을 투명하게 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던 사학비리가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개방형이사제가 사학 법인의 학교운영권을 제한하는 등 자율성을 저해하고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이사장의 배우자와 혈족의 학교장 취임을 금지한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연좌제 금지에 어긋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일부 사학 법인들은 학생 배정 거부 등 집단행동의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사학 법인과 사학 학교를 운영하는 종교단체 그리고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과 날카로운 대립 각을 세우는 장외투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개방형 이사제의 시행으로 반대파에서 좌파라고 말하는 전교조가 사립학교의 운영을 장악할 것이라는 이념논쟁까지 등장하는 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가운데 교원은 약 36%이고 이 중 전교조 소속 교사는 15.5%에 불과한 반면 교총 소속 교사가 71.7%나 되는 상황에서 운영위원회가 추천할 수 있는 7명중 2명의 개방형 이사에 전교조 소속 교사가 얼마나 선임될 수 있는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산술적으로는 한 학교에서 전교조 소속 이사 한 명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는 논외로 하고자 한다.

지금 여기서 상반된 두 시각에 대해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논의하고 싶지는 않다. 그 보다는 정상적인 교육을 받아야하는 학생들과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립 학교가 운영 법인의 사유재산이든 아니든 간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사립 학교가 나름대로의 건학 이념을 가지고 있고 이 부분에 많은 점에서 동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사학법 개정 논의의 찬반과 관련 없는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학교라는 본질적 기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왜 사립 학교 연간 운영예산의 90% 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주고 각종 세금부담을 덜어주면서도 특별한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국민들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학생들의 당연한 교육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가 학생들을 받지 않을 테니까… 맘대로 해봐’라며 학생들을 볼모로 잡겠다는 방식은 접어주길 바란다.

이 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건학 이념을 갖고 국가를 위해 희생해왔고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봉사해 왔는가라는 당당한 모습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립학교법 개정이 정말로 자율권을 침해하고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의 냉정한 판단을 기다리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더욱이 지금 국민들은 어려운 경제로 힘들어하고 연일되는 폭설로 인해 온 나라가 난리이다. 이런 시점에 개정 사립학교법 한 가지 문제에 얽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고만 있을 때인가?

지금은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해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는 모습이 너무도 중요한 때이다.

장외에서 투쟁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정말 국민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의 교육을 걱정한다면 사립학교법 개정문제 하나를 가지고 잠깐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에 들어와서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고 내년도 예산을 처리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그동안 주장해 온 경제 살리기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