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논리, 지방의 논리 - 경기신문

등록일 : 2006-01-13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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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의 매일 지방신문의 정치면 기사를 장식하는 주요 기사는 단연 5월에 치러질 지방선거 출마예상자와 관련된 것들이다.

아무래도 선거가 치러지는 연초이다 보니까 어느 지역에 누가 출마를 하는지에 대한 사진과 경력이 담긴 특집호는 너무도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보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허무맹랑한 논리에 기반한 다음 세가지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이제 좀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소위 말하는 ‘물갈이론’이다.

고인물은 썩기마련이다. 특히 각종 권력을 독점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재선, 삼선의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부정과 부패는 예외로 하더라도 지역토호 세력과의 결탁을 통한 도덕적 해이, 선거와 표만을 의식한 선심정책 등이 그 지역의 경제와 활력을 좀 먹고 있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10년 이상 권력을 장기 독점하며 지역의 공익보다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사리사욕을 먼저 채우고자 하는 지역의 단체장을 당내에서 먼저 교체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이들을 물갈이하냐는 주체의 문제이다. 기사의 속내를 읽어보면 공천자인 국회의원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단체장을 손보겠다는 식의 이야기가 난무한다.

이런 식의 물갈이가 얼마나 지역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시민보다는 공천권자에게 더 충성하는 ‘예스 맨’ 위주의 인사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속에서 좋은 후보가 나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전략공천’이다.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상처를 받지 않고 본선을 치루게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승리하는 것만이 지방자치 선거의 목적이라면 이 보다 더 좋은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물갈이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중앙에서 갑자기 내려온 사람이 지방의 경쟁자들과의 힘 대결장인 경선과정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전략공천이라는 명분 놀이를 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이야기에는 지방자치의 본질이 빠져있다.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본질에는 지방에서부터 지역을 위해 희생과 봉사하는 능력을 키워서 중앙으로 진출하는 젊은 일꾼을 배출하는 훈련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당장의 승리와 당장의 안위만을 위해 이 과정을 무시하거나 생략한다면 우리가 희망하는 지방자치의 모습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전략공천이 난무해서는 지역에서부터 봉사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해 중앙정치에 얽매이는 현재의 부조리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무조건 공천’이다.

현재 몇 명 밖에 없는 당내 현역 단체장에게 무조건 공천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런 식의 논리를 확대 해석해보면 단임제도가 없다는 가정 하에 당내 한 명 밖에 없는 대통령을 죽을 때까지 무조건 공천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그리고 당내 몇 명 밖에 없는 시장이라면 그 지역에서 그만큼 다른 경쟁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을 것이다. 그런 유리한 점도 모자라 중앙에서 무조건 공천을 바라는 모습은 결코 유익한 모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물갈이론, 전략공천, 무조건 공천 - 이 세가지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현실에서 통하는 모습이야말로 지방자치가 아직도 바뀔 부분이 많다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런 논리가 현실에서 통하지 않을때야 비로서 중앙의 논리에 예속되어 지방의 논리가 파묻히는 그런 불상사들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방의 논리를 가지고 당당히 도전하는 젊은 인재들이 그들의 열정을 가지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시민들이 이렇게 성장한 지방의 인재들이 중앙의 부조리를 바꾸어 놓는 쾌감을 맛볼수 있는 날들을 같이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