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가 구슬피 우는‘밤’ - 경기신문

등록일 : 2006-03-03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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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계절의 여왕이고 여성을 의미 하기도 한다. 겨우내 꽁꽁 얼어 붙었던 대지 위에 희망의 새움을 싹틔울 때 산고의 진통이 따르듯, 모진 꽃샘 추위 또한 시샘을 부리기도 한다.

앙상한 가지위에 노오란 산유화가 봉우리를 틔우는가 싶더니, 이윽고 개나리가 피고 울긋불긋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서, 처녀의 부푼 젖무덤인양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목련꽃 몽우리가 터지고, 벚꽃이 피어 만발한 가운데 눈 가루를 휘날릴 즈음에는 이꽃 저꽃 서로 경쟁을 하며 산 천지에는 이름 모를 꽃으로 새단장을 한다. 그 부드러운 엽록색으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모습은 청순한 소녀가 몸단장을 하는양, 연지곤지에 분을 바르고 새색시로 성숙하는 모습이다.

앙상했던 가지에 봄바람도 쉬어갈틈이 없이 하루가 다르게 융단을 깔아 놓는양, 그 부드러움과 포근함은 여인의 살결과 품안 같기도 하다. 이때쯤이면 부지런한 장끼는 새벽부터 일어나 까투리를 부르기에 여념이 없고 이름모를 철새 또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족보존의 본능으로 희망을 설계 하기도 한다.

봄의 꽃내음과 더불어 나른한 단잠을 깨우는 구슬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밤에만 우는 소쩍새 울음 소리다. 소쩍새는 올빼미과에 속하는 철새로서 천연기념물 324호인 보호 조수이며 몸길이는 약20㎝밖에 안되지만 그 울음소리는 1~2㎞까지 울려 퍼진다.

옛우리 조상들은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해 농사의 풍작과 흉작을 점쳤다고 하는 설이 있는데, 소쩍당, 소쩍당하고 들리는 소리는 솥이 적으니 큰솥을 준비 하라는 풍년을 기약하는 울음 소리고, 소탱 소탱하고 우는 소리는 솥이 텅텅비어 흉년이 들것 이라는 소리로 알았던 것이다.

소쩍새는 4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에와서 번식을 한 후 다시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는 여름철새 이기도 하다.

또한 야행성 조류로서 삼림이 우거진 숲속에서 번지벌레, 딱정벌레, 메뚜기, 풍뎅이, 매미를 잡아먹고 사는 이로운 새이고 소리내어 우는새는 숫놈이 울며,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구슬피 울어댄다. 필자가 소쩍새 울음소리를 근접에서 들은 경험이 있어 그 울음소리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낀다.

지난 1978년도 암벽등반에 미쳐 북한산 망경봉을 자일 없이 등반 할 때 였다. 야바위를 탄다고 하는 야간 암벽 등반길 이었다. 팔월 한가위 보름달이 유난히도 환하게 비춰지며 싸늘한 밤기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거대한 암벽의 감춰진 부분을 비추고, 젖먹던 힘까지 다 동원을해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전진을 할 때 였다. 난데없이 나무 가지위에 새한마리가 날아 들더니 필자를 보고 소쩍궁 소쩍궁 하고 하도 구슬피 울어 대며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그 울음 소리는 바위에 부딪치며 메아리가 되어 찌렁 찌렁 울려 퍼지는데, 그날따라 우는 소리는 왜 그리 처량한지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행가 가사처럼 대낮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밤 늦게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던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니었다. 야바위를 타던 우리 대원 모두는 한결같이 바위에 얼어 붙고 말았다.

논의 끝에 소쩍새를 쫓고 산행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또 한번의 추억은 다정했던 친구의 죽음에 네시간을 운 퉁퉁 부은 눈으로 밤 늦게나마 친구 무덤을 찾던 날 이었다. 논에는 모내기가 끝나 있었고 가득 고인 물에는 개구리 떼가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던 비가 그친 그날밤, 왜 그리 밤하늘의 별들은 초롱초롱 한지, 나를 따라 영롱하게 비치는 별빛을 보며, 저별이 나의 친구의 별이구나 하며, 이제막 단장을 끝낸 봉분의 흙을 쓰다 듬으며, 친구 이름을 울부짖다 거의 실신 상태에 빠져있을 때 한참 정신을 차리고, 들리는 소리는 다름아닌 그 구슬픈 목청으로 나와 같이 울어대는 소쩍새 울음 소리였다.

소쩍궁, 소쩍궁 목이 메어 울다 피를 토하고 죽을 것만 같은 애섧고 구슬픈소리.

아! 소쩍새여 이제 그만 울어 다오 나의 정들었던 친구는 어느새 저하늘의 빛나는 별이되어 나를 비추고 있지 않는가? 나는 친구의 삶도 함께 짊어지고 가야할 무거운 짐을 진자이다.

네가 울어 내 서러움이 더해지니 제발 그쳐다오. 하지만 소쩍새는 끝없는 서러움으로 새벽녘까지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