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판 뉴타운을 보며 - 경기신문

등록일 : 2005-07-25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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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원미동은 양귀자씨의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여전히 건너편 미용실에서 아줌마들이 수다를 떨고, 저녁때가 되면 자전거포, 복덕방 아저씨들이 막걸리대신 생맥주라도 한잔하는 구수한 정감을 남아있는 동네이다.

하지만 이제는 집은 낡고 변변한 공원 하나 제대로 없으며, 날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신경전을 벌이는 곳이다.

부천, 수원, 안양, 성남 등 수도권 도시들은 70년대 산업화의 흐름 속에 발전하기 시작했다.

근래에 세워진 신도시와 달리 비계획적으로 도시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도로, 공원 등 각종 기반시설, 편의시설이 매우 빈약하다. 또 이용할 수 있는 토지가 없어 변변한 복지관 하나 짓기도 어렵다.

어느 날 원미동에도 드디어 부동산 바람이 불어왔다.

부천시에서 소위 뉴타운계획을 발표하고 구청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가졌다.

부천시 전역 27곳을 지정해 뉴타운 건설을 한단다. 동네사람들은 뜨거운 기대 속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벌써 서울에서 온 투기꾼들이 몇몇 집을 매입했단다. 팔리지도 않던 낡은 연립이 몇천만원이 올랐단다. 원미동 중앙에 8차선도로가 난단다. 온통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이곳을 가도 재개발, 저곳을 가도 재개발하며 수군수군 댄다.

하지만 부천시의 뉴타운은 공영개발이 아니다. 또 부천시에서 뉴타운과 관련해 지원할 수 있는 재정은 매우 빈약하다. 더욱이 부천시는 지하철 공사로 인해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어 추가재원 마련도 만만치 않다.

실거래는 없이 부동산 가격만 오르고 재개발은 더욱더 난망해지기만 한다. 지역은 점점 슬럼화 될 것이고 공영개발이 아니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구도시는 전체적인 재개발 계획을 통해 난개발을 막고 주거환경, 생활환경, 교육환경 등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공영개발이나 최소한의 기반시설에 대한 공적 자금의 투여가 있어야만 보다 쾌적한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소위 수도권 뉴타운 정책은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에서 추진하며 세부적인 진행을 기초자치단체와 협력해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아무런 예산대책 없이 소위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것은 행정책임자로서는 무책임한 일이다. 예산계획이 없이 주민들을 충동질하고 부동산 투기 열풍을 몰고 오는 이런 행위, 나도 정치인이지만 정말 너무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