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동상과 아우슈비츠 - 경기신문

등록일 : 2005-09-2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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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인의 동상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주의 혁명의 아버지인 레닌의 동상일 것이다.

레닌은 1870년 4월 출생하여 카잔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고, 이후 혁명운동에 투신하여 체포와 유형의 세월을 거쳤다. 1903년에는 러시아 사회민주당 제2차 대회에서 다수파(볼세비키)가 되었으며 1917년 러시아 10월혁명의 중심인물로 전세계에 사회주의 혁명의 씨를 뿌린 사람이기도 하다. 이후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양체제로 나뉘어 갈등과 대립의 냉전시대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혁명의 아버지 레닌도 1991년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특히 소련이 해체되면서 존경받는 혁명가에서 비난받는 지도자로 전락하는 운명을 맞이하였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레닌동상은 더 이상 빵도, 행복도 보장하지 못하는 공산주의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목이 잘려 나갔다.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높이 30m의 근엄한 동상도 철거되었다.

이렇게 14년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레닌의 동상이 다시 세워진다고 한다.

베를린시 문화재 관리국은 1991년 129조각으로 부수어서 베를린시 근처 쾨페닉시의 뮈겔제 호수옆에 파묻었던 레닌 동상의 조각을 다시 발굴 복원한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야당인 기독민주당과 민사당 등에서는 ‘낡은 이데올로기를 부활시키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상과 관련된 논란이 불을 붙고 있다.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의 철거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맥아더는 결코 우리의 은인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양민을 학살한 자라는 주장과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거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에서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6.25 침략에서 우리를 구한 은인으로 배워 온 사람들으로서는 맥아더 동상철거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제는 선글라스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문 영웅적 시각으로만 맥아더를 바라보는 것도 벗어나야할 과제이다. 한국전쟁속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문제나, 전쟁중에 벌어진 학살 등에 대한 문제도 이제는 객관화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붕괴이후에 레닌동상을 끌어내었듯이 단지 동상을 끌어내리고 목을 부러뜨리는 즉자적인 행위로는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을 위한 퍼포먼스도 좋다. 또 우리의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도록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부끄러운 역사의 모습이라면 마치 부끄럽고 아픈 역사의 현장인 아우슈비츠가 박물관으로 또 세계유산으로 보존되듯이, 우리의 후손들이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