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보는 문화공연 - 경기신문

등록일 : 2005-10-10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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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초 어느날,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기는 해도 기분좋은 저녁 밤이었다.

행사시간이 늦을까 부랴부랴 달려간 곳은 부천의 원미산 기슭에 자리 잡은 상록학교 한편의 주차장이었다. 학교 건물 중간의 주차장에는 자그마한 공연장이 마련되어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가을밤의 문화공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원미아트오케스트라 소속의 젊은 남성들의 금관 5중주의 공연, 상록학교 선생님들의 사물놀이 그리고 부천 연극협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이 진행되었다.

웬지 무겁게만 보이던 금관악기들이 동요도 연주하고 또 ‘어머나’도 연주하자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가 즐겁게 따라 했다. 또 일주일 연습했다는 선생님들의 사물놀이 공연은 오히려 너무나 정겹고 살갑게만 느껴지었다. 이어서 진행된 연극은 패스트후드, 콜라 등의 음식의 위험성을 지적해주고 또 우리 음식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려주는 교훈적인 내용의 연극이면서도 재미있는 어린이 극이었다.

아이들도 또 어른들도 모두 공연에 빠져들어 하나같이 호흡하고 있었다. 단 한번, 한 아이가 무대앞으로 걸어나와 연극에 쓰인 닭다리 모양의 소품을 집어들고 이게 진짜 닭다리인지 확인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이날 이렇게 재미있는 문화행사가 벌어진 곳은 장애인 학교이다. 상록학교는 지체와 신체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중증의 장애아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행사가 끝나고 학부모들은 연주와 연극이 너무 좋았다고 입을 모아 말을 했다. 또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이러한 문화공연을 처음 보았다고 했다.

짐작할 수 있는 일이였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문화행사는 거의 없다. 또 좋은 문화공연이라도 장애아들을 데리고 갔다가 행사를 방해할까 걱정이 되어 아예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가슴 아프게도 단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문화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행사도 상록학교의 운영위원으로 있는 원미아트오케스트라 단장의 노력과 경기도 문화의 전당의 모세혈관운동 프로그램에 의해 가능해 진 것이다.

아무런 보수도 없이 소외된 아이를 위해 봉사한 지역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봉사와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경기도의 좋은 프로그램이, 장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난생 처음 공연을 보고 기쁘게 해 준 것이다.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더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