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공연 - 경기신문

등록일 : 2005-11-25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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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바람이 제법 쌀쌀하던 지난 주말, 부천시청 강당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음악과 젊은 소년소녀들의 리드미컬한 발리댄스가 있었다. 또 7~80년대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의 노래도 들렸다. 거기에 젊은 엄마들의 합창까지도.

젊고 예쁜 사회자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음악회 ‘더불어 사는 세상’의 개막을 알렸고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흘렀다. 이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여겨지는 아이들로 구성된 사물놀이 팀이 다소 어설프지만 그래도 힘찬 가락을 선보였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소를 머그문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공연의 중간쯤 발리댄스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시우기 시작했다.

이날 출연한 상록학교의 발리댄스팀은 휠체어에 앉은 어린아이부터 제법 처녀티가 나는 아가씨들, 왜소한 체격의 남자아이 등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 아이들은 신체와 지체장애를 동시에 지닌 중증장애아들이라는 점이다.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들, 신체를 가만히 고정하지 못하는 아이들, 연습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걱정이 되는 아이들이 배꼽을 드러내고 발리댄스를 추었다.

아이들은 무대에 나와 줄조차도 제대로 서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럭저럭 공연을 맞추어 나갔다.

우습다기보다는 너무도 안타까운 - 어설픈 행동을 보면서 모두들 마음이 아파했다. 한편으로는 왜 저런 상태의 아이들을 올려 남들의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무대 앞에서는 아이 엄마들이 아이들의 공연 모습에 감격하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무대옆 대기실에서는 예쁘게 화장을 하고 반짝이를 뿌리고 무용복을 입고 무대에 나가는 아이를 보며 엄마들은 연신 눈시울을 적시었다. 자기 아이들이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장애아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합창단도 그리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니지만 가슴속 깊숙이 담긴 삶의 고통속에서 희망의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들도 울고 관객도 울었다.

무대위에서는 장애아들의 어설프지만 힘찬 사물놀이 가락, 잘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발리댄스의 몸놀림,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어울어졌다. 또한 객석에서도 어머니들과 관객들의 눈물이 함께 가슴을 적시었다.

모두들 눈물로 함께한 이날의 공연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보통사람처럼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객석에 앉아 이 땅에서 장애아들이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