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복 - 경기신문

등록일 : 2006-02-16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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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모두 교복에 대한 짙은 추억이 있다.

까만색 교복에 하얀 목칼라, 풀어헤친 호크와 단추 한, 두개, 옆구리에 불량스럽게 낀 낡고 두툼한 가방. 지금도 가끔 TV 연속극에서 등장하는 우리 시대의 사춘기의 모습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교복이 거의 획일적이었다.

남학생의 경우에는 거의 예외없이 목칼라가 붙은 교복이었고 여학생의 경우 주로 곤색 교복에 치마와 바지가 엇갈리었다. 아주 예외적으로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에 체크무니 치마인가가 있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는 모자를 쓰는 학교도 있었다.

교복에 연결된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남학생들은 예외없이 까까머리 - 소위 2부, 3부의 짧은 스포츠형 머리 -를 하고 다녔으며 여학생들은 단발머리와 아마 댕기머리가 있었던 것 같다.

바지폭을 넓혀서 만든 나팔바지, 그리고 그 정반대로 바지폭을 딱 붙여서 만든 당꼬바지를 입는 것으로 정형을 거부했던 것도 그 시대이다. 여학생들은 치마를 올려 입어서 무릎위 미니스커트처럼 입었다던가.

아침 등굣길 학교 정문 앞에는 가위와 몽둥이를 든 선생님이 서있었고 재수없게 걸린 아이들은 머리 뒤에 고속도로를 내었어야 했다. 여학생들은 치마길이를 쟀다고 하던가.

이렇게 획일적인 교복과 머릿속에서 개성을 찾는 방법은 오로지 일탈뿐이었던 것 같다. 채워야 될 호크나 단추를 푸는 것도 우리 시대의 저항이었다.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서 묘한 짜릿한 쾌감을 즐기기도 했던 것도 그 시대이고 도서관에 남아 공부는 하지 않고 농구로 시간을 보내었던 것도 그 시대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렇게 시대를 시대적 규제에 시달리기도 또 저항하기도 하며 살아온 우리는 이제 이 사회의 전면에 서 버렸다.

규제를 받던 우리는 이제 규제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고 기성세대를 비난하던 우리는 이제 비난받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오직 대학입시만이 목표였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닌 우리는 이제 우리 아이들을 오직 대학입시만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몰아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영어도 잘해야 하고 수학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내신을 위해서는 그림도 잘 그려야하지. 어린 아이들이 새벽부터 학교를 가서 밤 12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온다. 아니 고학년들은 밤 12시가 넘어서 들어온다고 한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물건을 뽑아내듯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토플 몇 점, 수학문제 몇 점의 아이들로 크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21세기를 여는 교육이고 아이들을 이렇게 혹사시키면서 미래의 꿈나무라고 할 수 있을까 ?

중학교를 입학하는 아이의 교복을 사주면서 생각해 본다.

이제는 소위 ‘이해찬식 교육의 실패’를 비난하지만 말고, 전인교육, 21세기형 창조적 교육에 대한 대안을 다시금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