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파업에 대한 진실 - 인천일보

등록일 : 2004-11-16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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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대처’, ‘전원파면’, ‘전원구속’….
 선동적인 구호가 넘치고 있다. 온 사회가 이성을 잃고 있다.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는 물론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의원들도 한 목소리다. 국회에서의 첨예한 대립도 노동자에 대해서만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를 폄하하는 언론의 일반적인 시각은 익히 알고 있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4만명의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왜 103억원의 투쟁기금을 모금하고, 파면과 구속을 각오하고 나서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공무원노조 파업에 대한 몇가지 진실을 살펴보자.
 이른바 ‘철밥통’으로 대변되는 안정적인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인 파업을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자. 97년 IMF이후 수 십만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이 구조조정됐고, 파트타임제, 계약제 전환, 민간위탁 등 그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공무원들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연금조차도 불투명한 지경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에 대한 직업적 안정성을 들어 파업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해 공무원들도 항변할 방법을 찾고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다음은 ‘공직사회 개혁’이다. 그동안 공직사회는 온갖 부정부패와 부조리의 온상으로 인식돼 왔다. 아니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 심지어 정권의 하수인이란 오명까지 뒤집어 써왔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2000년 4.0에서 2004년 4.3으로 악화된 내용만 보더라도 공직사회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먼저 공무원사회 내부에서 뼈를 깍는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은 내부 감시자로써 국민의 이익을 지키고 노력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정명령을 거부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너무나 절실한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법안은 문제점이 많다.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만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노조가입 범위를 무리하게 축소해 5급을 빼고 6급 이하의 경우에도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직책의 공무원을 배제해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 정책, 인사, 운영에 관한 사항을 교섭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방만한 예산운영, 인사권독점에 따른 줄서기와 부정, 부패 등 뿌리깊은 공직사회의 독소를 개혁하려는 사회 안밖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공무원노조를 자신의 임금, 복지에 관한 이익집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규정을 둬 정부가 약속을 어겨도 공무원들이 아무런 대항수단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 일본을 제외한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나라들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개혁과 발전은 물론 한국사회를 개혁해 나가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공직사회의 오명을 벗고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와 국민이익의 대변자 역할을 할 것이다.
 그에 맞는 합당한 권리를 보장하면 그 만큼의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극단적 대결이 아니라 공무원노조의 외침에 대해 귀 기울이고 당사자들과 진지한 대화와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