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팔고 사는 사회 - 인천일보

등록일 : 2004-09-0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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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양심을 지키며 꿋꿋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양심을 헌신짝 버리듯이 팔고 사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반대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잠시 했다가 괴로워하는 사람이 뒤늦게 뉘우치고 상대에게 찾아가 한참 전의 일을 고백하고 가슴에 쌓인 죄책감을 말끔히 용서받고 씻어내는 사람을 보았다. 그 분은 너무 양심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분이 찾아와서 외국여행을 다녀왔다며 조그마한 양주 한 병을 가지고 왔길래 나는 깜짝 놀라 무슨 영문이냐고 물어보니 정말 뜻밖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도의원선거에서 꼭 찍어 드렸어야 하는데 투표장에 가서 나도 모르게 다른 곳에 찍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것을 다시 지우고 찍을 수도 없고 해서 지금까지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면서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하시며 돌아가시는 모습에서 참으로 생각지도 않은 일에 나 역시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양심을 움직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이야말로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 분이 자신의 양심과의 싸움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아주 가까이 지낸 지역인사가 있는데 그는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얼마나 나에게 잘하는지 나 역시 믿고 의지하며 최선을 다하던 차에 가까운 사람이 딸을 취직시켜달라고 했다. 마침 유아교육에 관심이 있다고 하여 그 분에게 부탁을 했더니 금방 그 곳에 취직이 되어 몇 달을 너무도 좋아하면서 잘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다니고 있다는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데 이 일은 너무도 안타깝기가 그지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건비도 밀려서 주지 않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현실에 나는 놀랐다. 나는 그 분을 다시 보게 되었으며 백길 물 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옛말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 씁쓸했다. 배신감 마저 들었다.
 양심이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잣대인 것이다. 잘못하면 큰 손해를 입을 것이며 잘하면 주위로부터 인정받아 명성을 떨치며 살아갈 것이다. 양심이란 일상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 오는 날 시골길에서 나도 모르게 달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흙물을 튀기고 그냥 지나쳤을 때, 양심적인 사람은 며칠을 마음 졸일 것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지나쳐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길가에 떨어져 있는 얼마의 돈일지라도 주워서 파출소에 갖다가 줄 것인가 자기가 그냥 쓸 것인가를 가지고 양심에 물어가며 갈등을 빚어본 일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동물과는 달리 양심이 살아 숨쉬는 사회여야 한다. 나는 과거 살아가기 어려운 60년대에 할머니 댁에 갔다가 개울가에서 놀고 있는데 다리 밑에서 암탉이 꼬꼬댁하고 울면서 나오기에 그곳에 가보니 달걀이 몇 개가 있었는데 그 것을 꺼내어 친구들과 먹어치운 일이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할머니한테 가져다 드리지 못한 것이 가슴속 한 구석에 남아있다. 양심을 속인 것이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교훈이 아닐 수 없었다.
 진정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양심을 팔지 아니하고 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