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들판이 그리운 사연 - 경인일보

등록일 : 2004-10-1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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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높고 푸르른 하늘과 노랗게 알알이 무르익은 황금 곡식, 그리고 땀 흘려 수확하는 농부의 모습을 본다. 풍요롭고 그리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어릴때 맑은 시냇물을 벗삼아 송아지를 몰고 들풀을 먹여주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달라진게 있다면 콤바인 등의 농기계를 이용해 손쉽게 수확의 기쁨을 만끽한다는 점이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2년을 활동하다가 농림수산위원회에 들어와 의정활동을 한지도 3개월이 되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왜 인기도 없고 가기 싫어하는 농림위에 갔느냐”면서 동정심을 보낸 사람들도 있었고 필자 또한 다소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을 뿐, 지난 몇 개월의 의정활동이 정말 가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생각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무엇보다 옛 향수의 풍경화를 그릴 수 있어 좋다.
 
예로부터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 했다. 지금도 모든 산업과 우주 근간의 기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나이가 지긋한 40세 이상되는 분들은, 특히 애착이 많을 것으로 안다. 추석을 보라. 모두가 고향 찾아 고속도로와 국도로 차량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았던가. 그들에게 도로가 막혀 피곤하고 옴짝달싹 못해도 고향을 간다는 기쁨에 그정도 고통쯤은 충분히 감내한다.
 
그러나 영원한 고향인 농촌이 언제부터인가 어렵고 힘든 것으로 인식돼 버렸다. 국제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농산물 수입개방의 여파로 농부들은 희망을 상실한 채 결실을 앞둔 논과 밭을 갈아엎고 있다. 우리의 농부들은 어디로 가고 설자리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누가 농촌을 지켜나갈 것인가?
 
얼마전 타 시·도 비교 견학에서 어느 이장님이 하신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 “농촌의 삶이 도시와 비교하여 어렵지만 모두가 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면서 “마을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전통체험마을로 조성한 이후, 농가소득이 훨씬 늘었다”고 자랑하셨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아직 우리 농촌에는 위기를 반전할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해본다.
 
이쯤에 우리는 몇가지 상식이 필요하다. 농업은 규모의 경제나 투입비용 대비 생산력 수준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첫째, 잘먹고 잘살기 위한 웰빙은 국민적 관심사다. 모두가 우리 농산물에 대한 애착을 갖고 많이 먹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먹거리도 먹어주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농산물 차별화를 통한 상품의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법의 확대, 유통시장 체계화, 지역간 농산물 차별화 등 경쟁력 제고전략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손쉬운 방법이다. 특히 안성의 5개 브랜드사업, 예술성을 가미한 선인장 개발 등은 농산물 차별화의 대표적 사례로 기억된다.
 
셋째, 농촌자연과 전통을 토대로 한 농촌관광사업이 활성화 돼야 한다. 자연과 여유를 추구하는 쾌적한 정주공간으로 농촌을 탈바꿈하여 농가소득을 확대해 도농간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넷째,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필수적이다. 낭랑한 산사의 목소리처럼 고향은 헤아릴 수 없는 깊이와 철학이 숨어 있다.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헹구어 준다. 땅은 온유하며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고향에 봄이 와야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한번 우리의 고향을 바라보자. 과연 무엇이 보이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 해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