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이라는 마약 -경인일보

등록일 : 2004-09-10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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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심신이 허약할수록 마약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마약은 중독증세가 있어 종국에는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이러한 마약에서 벗어나려면 지속적 체력보강과 강한 정신력, 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종종 우리가 당면하는 주요 국가정책은 매우 불완전한 정치적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해 잘못 만들어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 및 수도이전 정책은 수도권 과밀의 해소, 국토 균형발전, 지방분권 촉진이라는 훌륭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나 잘못되고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심사숙고해 판단해야할 중대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지 않게 신속하고 과감하게 마치 군사작전과 같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더 많은 수단과 대안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충분한 검토 없이 속전속결로 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치 어어하다가 애 밴 꼴이 된 형국이다.
 
충분한 준비과정속에서 다양한 이해집단을 이해시키고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또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지 말고 수도이전 정책으로 인하여 예기치 않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단순히 수도이전의 맹목적인 대국민 선전선동이 아니라, 정책이 진정으로 정당성과 타당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진심어린 성찰이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희망하는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신행정수도 건설 및 수도이전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정부가 재고해야 하는 것이 경제적 파급효과 측면이다. 신행정수도건설은 오랜 시간은 물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은 신행정수도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에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사업 자체의 타당성과 다른 용도에 비해 얼마나 우선순위가 높은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만 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투입대비 산출·파급효과 분석에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가져오게 될 기회비용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
 
기회비용과 더불어 사회적 비용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정책은 국민적 공론화가 충분히 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지역 갈등, 국론분열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후라도 국론수렴, 여론형성, 대국민 설득 등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감안돼야 한다.
 
책임있는 정부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정부정책 추진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이다. 수도이전 정책에 의해 직·간접적 피해를 입는 집단은 크게 두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수도이전으로 주택·토지·건물 등의 소유권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이전 대상지의 주민들과 함께 현재 정부 및 공공청사 주위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다.
 
문제는 피해를 입는 대상에 대한 보상의 차별성이다. 즉 이전 대상지의 경우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의해 개발이익 환수 및 이전대상지 피해자의 보상문제가 명시돼 있으나 현재 공공청사 주위의 수도권 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크다 했다.
 
국민의 생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보상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다면 피해주민들의 박탈감 등에 의한 사회적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수도권의 주민도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수도이전 정책 추진에 전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어려움이 있다고 마약에 빠지지 말고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 시간을 갖고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성숙한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보며 이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