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땅 - 인천일보

등록일 : 2004-06-29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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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들과 어울려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여행 목적은 관광과 유람이었지만 이왕 간 김에 아시아 국가들 중에 가장 소득이 높고 국가 경쟁력이 선진국 최고 수준이며 공무원의 청렴도나 정부의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싱가포르의 진면목을 살펴보고 싶었다.
 전 세게 국제 공항 중에 최고 일류의 등급을 받고 있는 창이 공항에 내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 늘어선 가로수와 주변의 건물이 조화된 거리는 풍경 자체가 그대로 잘 정비되고 정돈된 공원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우리가 10여년을 정체하면서도 1만달러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부럽기만 하였으나 눈에 보이는 시민들의 모습은 대체로 검소하고 평범해 보였다.
 관광 가이드의 첫번째 당부는 길거리에 침이나 껌을 뱉지 말고 작은 쓰레기라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시아의 해상 통로상에 있는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가 가난과 후진성을 떨쳐내고 유럽의 선진국 못지않은 잘 사는 나라가 되고 강력한 경쟁력으로 일등국이 된 연유가 어디에 있을까?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각국은 가장 모범적인 이 나라에 다투어 사람을 보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고 자료를 요청하는 바람에 관청마다 귀찮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입지적 여건이 교역과 물류에 유리하여 항구를 이용하는 선박들로부터 돈을 많이 거두어 들이는 천혜적 조건때문이었을까?
 싱가포르에서 배를 타고 불과 40분 밖에 안 걸리는 인도네시아의 바탐 섬을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은 곧 정리되었다.
 같은 위도상에 같은 섬이면서 바다를 공유하고 같은 종류의 수목과 풍토를 가졌으면서 인도네시아의 이 땅은 거리에 질서가 없어 보이고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으며 입국과정에서 보이는 근무자들의 행정서비스는 엉성해 보였다.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의 실루엣을 뒤로 한 지 얼마되지 않아 전혀 다른 후진 개발도상국의 모습을 보는 것이 여간 딱한 것이 아니었다.
 서로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땅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두 나라가 어떤 지도자를 가졌었는가 하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뿐이었다.
 리콴유 수상은 은퇴하여 여생을 보내고 있으면서 지금도 전 국민의 절대적 존경을 받으며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든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가 장기집권을 통해 사심없이 국정을 이끌어 오며 현실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오직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관된 신념과 솔선수범, 강력한 리더십의 결과가 오늘 우리가 본받으려는 이 나라다.
 우리는 지금 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불신이 엇갈리며 국정리더십의 부재에 대해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또 과거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룩한 대통령에 대해 그 공과를 따지고 찬양과 비난을 동시에 보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짧은 여행끝에 , 그리고 거기서 만난 보통시민들이 자기네들이 가졌던 지도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를 표현하는 것을 들은 뒤에 우리는 대한민국에도 이런 꿈같은 소망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기도하며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