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을 찾아서 - 인천일보

등록일 : 2004-03-0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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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산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가는 곳곳마다 얕은 산, 높은 산, 둥근산, 뾰족한 산 등 전국토의 약 70%가 산인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남한 일대에서 제일 높은 곳, 제주도 한라산 1950m의 백록담을 경기도의회 의원산악회(경도산악회)를 이끌고 등정에 나섰다.
 우리는 교통편이 편리하고 완만한 성판악 코스로 결정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도시락, 과일, 식수, 간단한 상비약과 아이젠을 챙기고 성판악 휴게소에 8시 30분에 도착했다. 바람 많기로 유명한 제주도이건만 우리가 찾은날 만큼은 바람 한 점 없는 쾌청한 겨울 날씨였다. 전 회원에게 안전 산행 규칙을 설명하고 장거리 산행인 만큼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코자 산행에 도저히 불가능할 회원 두 분을 중도에 하산시킬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성판악 휴게소부터는 눈이 쌓여 오르면 오를수록 눈은 더해만 갔다.
 바람 한 점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청명한 겨울 하늘을 바라보며 참으로 아름다운 강산이구나, 또한 한라산을 찾은 우리 경도 산악회의 행운이구나를 연신 연발하며 경도산악회 자연보호 캠페인 플래카드를 서너 곳 에 다는 여유를 연출하기도 했다.
 진달래밭 휴게소를 1㎞정도 남긴 상태에 전경 장병들 중 일부가 동료 장병들의 부축을 받으며 하산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우리 일행 중 K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얼굴빛이 노래지더니 그만 길가에 주저 앉고 말았다. 급히 뛰어 내려가 물을 마시게 한 후 휴식을 취하며 귤을 까서 주었더니 맛있게 먹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산행을 마치고 들은 얘기지만 K의원은 생전 그렇게 맛있는 귤은 처음 먹어 보았다며 하산 후 동료의원들에게 귤을 사서 나눠주기도 했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고산식물 중 유독 설원에 푸른빛을 발하는 나무가 있는데, 굉장한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나무가 있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간다는 주목나무였다. 필자가 무주구천동 덕유산과 설악산 에서본 주목은 이렇게 많지는 않았으나 여기는 아름드리 주목과 산 전체가 주목 군락지인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낙오자 없이 일행 모두 도착을 했으나 배고픔을 호소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여기서부터는 빠르면 한시간 아니면 한시간 반정도면 우리가 그리던 백록담이 보인다고 소리치자 모두 백록담을 향했다. 지금부터는 조금 가파른 듯싶은 깔딱 고개가 이어 졌다. 도중에 도시락 1개를 까서 허기에 지친 회원들께 정상주를 미리 선사하며 안주로 대용했다. 모두들 꿀맛이라며 훌훌 털고 백록담을 향했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지루함을 참으며 남한의 거봉 1950m의 대장경을 맞이했다. 신들의 질투인가 체중으로도 버티기 힘든 강한 바람이 몰아 치며 아름다운 여신처럼 수줍은 듯 하얀 속치마를 덮어쓰고 그 황홀한 자태를 살며시 감추고 있었다. 도저히 서서는 사진을 찍을 수 도 없고 지탱하기조차 힘들어 조금 밑에서 단체 촬영을 했다. 영산 1950m 최고봉에 담수 되어 있는 그 맑고 깨끗한 영롱한 빛은, 하얀 속치마로 감추고 있는 저 신비스러움. 보라 우리 대한민국에도 작지만 그러나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스럽고, 신령스러운 신들의 작품이 있지 않은가? 사랑한다 백록담아! 그리고 영원 하라! 대대손손 그 이름 백록담을 전 세계인들에게 평생토록 고이 고이 간직할 영원한 백록담이 되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