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삶의 질과 일자리 - 인천일보

등록일 : 2004-02-1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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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나이다. 어느새 이미 중년을 넘어가고 노년기의 삶도 코앞에 닥쳐왔다는 위기감이 서서히 드는 때인가 보다. 자식들 뒷바라지도 끝이 없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맞이하는 노년의 삶의 두려움은 비단 나만의 문제일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노후를 위해서 완벽한 안전장치라는 연금 보험의 혜택을 과연 얼마나 충분히 받을 수 있을까? 50대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면 평생을 병마와 싸울 수도 있고 출가한 자식들은 부모를 등한시하는 풍조 때문에 주말에도 TV만으로 소일해야 하는 노인들의 삶은 이래저래 힘겨운 고독과의 투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다 그런 삶을 살지는 않겠지만…. 최근 노인들을 위한 취업알선 센터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소의 노인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이제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청년실업, 중장년 층의 조기 퇴직 문제, 교육문제 등 사회 곳곳이 신음하고 있지만 노인들의 삶의 문제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나의 부모님은 생존해 계시지 않지만 장인 장모님을 생각하면 노인들의 삶의 문제가 피부에 와 닿는다. 아들 둘에 딸 넷인 장인 장모님은 며느리 둘에 사위 넷을 얻었지만 핵가족으로 모두 분가하고 두 분 만이 사신다.
 70대 중반의 두 분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노인복지회관에서 하루를 보내시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처가 집 동네는 복지회관이 잘 되어 있는 것이다.
 청년들 일자리도 없어서 노는 젊은이가 많다고는 하지만, 노인들의 일자리도 청·장년들이 하지 못하는 데서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주말이면 장인 장모님 한번이라도 더 찾아뵈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복지학은 이론이 아니라 사랑을 직접 실천하는데서 출발한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심리 상태를 잘 읽어야 하며 노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회풍토도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느낀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상기온으로 많은 노인들이 죽어야 했던 것은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이들은 모두 휴가를 떠났는데 노인들만 집에 남아 들끓는 태양열과 사투를 벌였다는 것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을 사는 세기말적 인성이 아닐 수 없다.
 핵가족위주의 생활에 부모에게 최소한의 효도도 실천하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방식이 낳은 비극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삶의 목표와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내 달리는 출세지향주의 한국의 젊은이들도 언젠가 우리의 부모들과 똑같은 노년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는 않을까?
 궁극적으로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에는 문화적인 계몽운동도 해야 하고 국가정책 중에 노인들에 대한 복지향상 및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취업 센타 등을 많이 늘려 나갔으면 좋겠다.
 노년의 삶의 질 문제는 차후의 일이 아닌 것이다.